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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예수성심대축일

by 大建 2008. 5. 30.

예수의 거룩한 마음을 기리는 오늘의 복음은 격에 맞지 않게 조금은 끔찍한 이야기다. "군인 하나가 창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거기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요한 19,34).
사람의 시신을 찌를 때 "피와 물"이 나온다는 사실은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복음서가 이것을 전하는 근본 뜻은 그분이 육(肉)을 취하여 이 세상 안에서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셨듯이
죽으시던 순간에도 우리와 똑같은 육(肉)을 지니시고 돌아가셨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울로 사도는 필립 2,5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
그리고는 그 유명한 그리스도 찬가를 읊는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필립 2,6-11).

 

즉 여기서 바울로 사도가 본받으라고 하는 그리스도의 마음은
"자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는 "겸손한 마음"인 것이다.
이것이 참된 신앙인의 마음이다.
하느님 앞에서 내 것을 주장하지 않고 온전히 의탁할 수 있는 겸손의 자세가 그것이다.

 

한편 복음서 곳곳에서는 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들어 여러 가지 좋은 일을 하셨음을 전한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 나병환자를 비롯한 병자들과 소경을 고쳐주시고(마르 1,41; 마테 14,14; 마테 20,34)
"측은한 마음이 들어" 죽었던 과부의 아들을 다시 살리셨으며(루까 7,13),
"측은한 마음"이 들어 군중들을 가르치시고 배불리셨다(마르 6,34 이하).
이렇게 예수께서는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또 그 고통들을 덜어주시려 하였다.
이 또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거룩한 마음"이다.

 

그렇기에 예수께서는 스스로 당신의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마테 11,29) 하신다.

 

하느님 앞에 자신의 것을 다 내어 놓는 마음이 겸손한 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마음이 완고하여 하느님을 떠보거나 거역하지 않는다(시편 95,8 참조).
또한 마음이 온유한 자는 하느님의 자비심에 크게 감동하여 살며,
그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고자, 실천하고자 애쓴다.

 

오늘 예수 성심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의 마음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예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기로 하자.

                                                                                                                    (8H_3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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