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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

by 大建 2008. 5. 22.

연중 제7 주간 목요일(마르 9,41-50)

1. 어렸을 때 가끔 부엌에 들어가서 뭘 할라치면 할머니나 다른 어른들께서
"사내자식이 왜 부엌에 들어가느냐. 고추 떼내어버려라!"하는 말씀을 하시곤 하였다.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존재로 인식하며 자라났고
좋게 말하면 남자로서의 자긍심, 나쁘게 말하면 Macho 근성을 기르게 되었다.
어쨌거나 "고추 떼어내라"는 말은 실제로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존심을 지켜라"하는 말로 되새길 수 있다.


2. 베에토벤과 에디슨이 청각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두팔이 없고, 한쪽다리마져 짧은 레나 마리아는 장애를 극복하고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인생 드라마,
구족화가 Alison Lapper의 이야기 등...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인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낸 이들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많다.
그러나 그렇게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인을 넘어서는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
어떤 죄를 지어 세상에 유명해진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왜일까? 그들도 마음만 먹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터인데...
그것은 그들이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죄를 지으며 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것이 우리의 인생이요,
죄를 지음으로써 그처럼 아름다운 인생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3. 오늘 예수께서는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하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장애인으로 살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다.
인생, 생명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 아름다움 안에 들어가라는 말씀인 것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장애를 지녔든 지니지 않았든 인간은 본디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아름다운 피조물이다.
죄는 이렇듯 아름다운 생명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죄로 덧칠하지 말라는 말씀인 것이다.
그리고, Imago Dei(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인 것이다.

                                                                                                                   (8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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