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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

이탈리아 성지순례 12 - 오르비에또, 바뇨레죠,수비아꼬

by 大建 2008.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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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의 유적을 웬만큼 둘러보고 우리는 로마로 향하는 길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곳곳에 거룩한 교회와 성인들의 삶의 흔적이 배어 있어

로마로 가는 길도 우리는 그냥 무심히 지나쳐 달려 갈 수는 없었다.


이 날 처음 들른 곳은 오르비에또라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대성당이 있는 시가지까지는 푸니쿨라라는 특별한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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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르비에또에 도착했을 때 자욱한 안개가 대성당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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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또의 대성당은 성체의 기적이 일어났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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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263년 독일인 사제, 프라그의 베드로(Peter of Prague) 신부는 로마로 순례가던 도중 볼세냐(Bolsena)에서 묵게 되었다.  그는 경건한 사제로 알려져 있었으나, 축성된 면병 안에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계신다는 것을 믿기가 어려웠다.  그가 순교자 성녀 크리스티나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에서 미사 성제를 거행하고 있었는데, 성체 축성을 하자 말자 축성된 면병으로부터 피가 흐르기 시작하여 신부의 손가락들을 적시고, 제대와 성체포(聖體布) 위로 흘러내렸다. 
신부는 몹시 당황하였다.  처음에는 피를 감추려고 했으나, 곧 그는 미사를 중단하고, 마침 교황 우르바노 4세께서 머물고 계시던 이웃 도시 오르비에또(Orvieto)로 인도해 달라고 하였다.
교황은 신부의 보고를 듣고 나서 즉시 이 일을 조사하도록 성직자들을 파견하였다.  모든 사실이 밝혀졌을 때, 교황은 그 교구의 주교에게 그 성체와 피묻은 성체포를 오르비에또로 옮겨오도록 명하였다.  성혈이 묻은 성체포는 아직까지도 오르비에또의 대성당 안에 보관되어 전시되고 있다. 
이 기적으로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에게 성체를 공경하는 기도문을 짓도록 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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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성체포가 보존되어 있는 현장에서 우리는 참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성체성사를 거행하였다.

오르비에또의 사진들은 모두 동행했던 프사모회원들이 찍은 것이다.


오르비에또 순례를 마친 후 우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바뇨레죠로 향하였다.

반뇨레죠는 작은형제회의 제6대 총봉사자였고 추기경이었던 교회학자 성 보나벤뚜라의 고향이다.

현재는 생가"터"만 남아 있다.
마을의 한쪽(사진의 오른쪽)이 지진 등 세월의 여파로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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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멀리서나마 반뇨레죠를 바라보면서 성 보나벤뚜라에게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주시기를 청한 다음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몬테 수비아꼬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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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도 성인(480-560)이 이 곳에서 은둔 생활을 통한 수도승의 모습을 최초로 만든 장소이다. 그는 하느님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이 곳의 험하고 험한 산악의 한 중턱에서 3년 동안 오로지 기도만 하였다. 그에게 작은 바구니에 물과 최소한 음식만이 제공되었고 이 후 그는 그곳에서 수도규칙서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이후 수도원의 모습이 갖추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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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비아꼬를 찾은 것은 단순히 베네딕도회 수도원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하층 성당 옆에는 그레고리오 경당이 있다. 이 경당에는 당시에 작은형제회의 보호자 추기경이었던 우골리노(후에 그레고리오 9세 교황이 됨)가 성당을 축성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있다. 그 그림 안쪽에는 성 프란치스꼬가 축성식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축성식 그림 옆에 아래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성 프란치스꼬의 초상화이다. 이 그림은 프란치스꼬 성인의 생전에 특히 오상을 받기 전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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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꼬가 회개생활을 시작할 때 베네딕또회의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베네딕또회의 생활과는 다른 삶의 양식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 안에서 그의 방식대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살고자 하고 있다.

우리는 베네딕도회 수도원 안에서 프란치스꼬 성인의 생전의 모습을 접하는 특별한 감동을 받고
드디어 석양이 접어드는 로마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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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성지순례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물론 로마에서의 이틀간의 여정이 남아있지만

로마에 대한 것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글을 남겼기에

거기에 또 하나를 더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사실 로마에서는 이틀 동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느꼈기에

기억과 마음 안에서도 정리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프란치스꼬의 발자취를 따르는 여정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 준 순례단원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이 순례기를 읽어 준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동시에 무성의한 순례기 작성에 대하여 사과를 드리며

변변치 않은 순례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