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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점진적인 신앙

by 大建 2008. 3. 2.

사순 제4 주일(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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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앙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변해서 정말 열심한 신앙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즐겁고, 정말로 하느님 보시기에 그렇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게 느닷없이 변할 수는 없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되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가!
물론 교회 역사 안에는 갑자기 변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스도 신자들을 박해했던 사울이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갑자가 변하게 된다.
부유한 포목상인의 아들 아씨시의 프란치스꼬는 가사가 되기 위하여 전투에 나아가던 중
넋이 빠져 돌아온 후 회개 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성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우연한 계기로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고, 그 체험이 일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된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과정이 있고, 단계가 있다.
나비가 처음부터 나비인 것은 아니다.
알에서 깨어나서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는 과정을 지나야 되고,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것이다.

태생 소경이 우연한 기회에 눈을 뜨게 된다.
그렇지만 그는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신앙인이 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연한 기회에 신앙인이 된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인하여 신앙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그 계기가 어떤 이유로 나에게 주어졌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태생 소경도 마찬가지이다.
복음은 소경이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제 그 소경은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 "예수"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예수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제 소경은 조금 더 발전한다.
누군지도 몰랐지만 볼 수 있도록 해 준 분이 "예수라는 어떤 분"이라는 것만 알게 된다. 
이제 조금 더 발전한다.
소경이었던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가 당신의 눈을 뜨게 해 주었다니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오?“
”그분은 예언자이십니다." 소경이었던 사람의 고백이다.
처음에는 누군지도 몰랐는데, 그 분이 예수라는 것을 알았고,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 사람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언자라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경은 예수를 만나게 된다.
예수님을 만나는 과정 안에서 그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논쟁을 하기도 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그토록 찾아 다녔던 예수라는 어떤 분을 만나게 된다.
이제 그는 신앙인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극진한 행동을 취한다.
"주님, 믿습니다. 하며 그는 무릎을 꿇어 엎드렸다."
오늘 복음은 비신앙인이었던 한 사람이 신앙인으로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비신앙인이었던 태생 소경은 바로 우리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예수라는 분을 알았던 것이 아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서 우리는 예수라는 분을 만났다.
그러나 태생 소경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듯이 우리도 알지 못했습니다.  
신앙은 이렇게 단계를 거쳐가며 발전한다.
내 신앙이 왜 성장하지 않을까 하고 탄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애벌레가 곧바로 나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성장하기 위해 고통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창공을 나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것이다. 
내 신앙이 약함을 쳐다보지 말고, 내가 어떻게 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가를 찾아보자.
복음에 나오는 태생 소경은 회당에서 쫓겨나는 수모도 당하고, 목숨의 위협까지 느꼈지만
그는 끝까지 예수님을 찾아 다녔고, 결국 만났다.
자신을 만나러 온 그 소경에게 예수님은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 주셨듯이,
예수님을 찾아 나선 우리들에게도 분명하게, 확실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이다.
"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 지금 너와 말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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