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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o Dei14

갑과 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루까 1,39-56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갑을 논쟁이 뜨겁다. 민초를 우습게 보고 함부로 “갑질”을 해대는 천박하고 야비한 정치꾼들, 그리고 대리점이나 하청업체, 또는 고객을 우습게 보는 기업들 때문에 야기된 논쟁이 바로 갑을 논쟁이고, 심지어는 “수퍼갑”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만큼 우리 사회가 계급화되었다는 뜻인데, 그 계급화의 기준이 대개 권력과 재력, 돈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세상 모든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느님의 피조물,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이기 때문이고, 따라서 참으로 아름다우시고, 참으로 위대하신 하느님 앞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라고나 할까.. 2013. 5. 31.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재의 수요일(마테 6,1-6.16-18) 1. 지난 11월 아버지의 장례 때에 화장장에서 재가 되어버린 유골을 유골함에 모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한 인간의 수십년 인생이 저렇게 허무하게 재가 되어 버리는구나 하면서... 그리고는 부끄럽게도 그뿐이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왔다. 2. 오늘 우리는 이마에 재를 바르며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우리 인간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기억하고 살게끔 해주는 예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실을 기억하며 살지 못한다. 기억력이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대*리"라고 욕을 하는데, 우리 모두가 인간의 머리를 지녔음에도 왜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는 새가 .. 2013. 2. 13.
강한 생명력 대동에서 찍은 배초향(방아)이다. 하수구에서 피어 난 모습이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취급하는 식물이지만 얼마나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는 우리 인간,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이라고 불리는 인간이 스스로의 목숨을 함부로 하는 일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깍아내리는 일이다. 산다는 것, 살아 있음에 감사드리며 이 순간을 강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살아가기로 하자. 2012. 10. 22.
찌그러든 인생 요즈음 자주 지나다니는 덕수궁 뒷길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이다. 여러가지 압박에 짓눌려 살아가는 현대인의 실상을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는 퇴직의 압박, 어머니는 생활비의 압박, 청년은 취직과 결혼의 압박, 아이들은 학업의 압박 등등... 현대인의 삶을 옥죄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압박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찌그러든 모습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저 세파에 등떠밀려 가며 살아간다. 때로는 그러한 압박들을 인식하면서도 "인생이란 것이 그런 것이지 뭐..." 하는 패배주의적인 마음으로 살기도 하고. 적지 않은 이들이 그러한 압박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를 창조하신 좋으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인생의 .. 2010. 4. 27.
너희는 신이요, 모두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 사순 제5 주간 금요일(요한 10,31-42) 1.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 율법에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폐기될 수 없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들을 신이라고 하였는데,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내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다 해서, ‘당신은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소.’ 하고 말할 수 있느냐?" 하시며 유다인들의 비난을 일축하신다. 참으로 명쾌하신 대답을 하신다. 2.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다"라는 말씀은 시편 82,6의 말씀으로 내가 4주간에 한 번은 성무일도에서 외우는 귀절이다. 이 말씀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교우들에게는 기도가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2009. 4. 3.
지피지기(知彼知己) 연중 제6 주간 목요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신다. 베드로가 순간적인 영감으로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다른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 같다. 스승 예수님과 함께 몇년 동안 동고동락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분의 정체성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스승의 수난의 현장에서 모두 도망을 갈 수 밖에... 그런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너희는 누구냐?" 라는 질문을 던지셨다면 대답을 하였을까? 아마도 대부분이 대답을 못하였을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 2009.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