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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장성을 떠나며

by 大建 2009. 2. 8.

연중 제5 주일(마르 1,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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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인사발령에 따라 오늘 새로운 소임지, 대전 목동 본당으로 옮겨갑니다.
프란치스꼬 성인 말씀처럼 "순례자나 나그네처럼" 사는 삶이 이제는 익숙해졌기에
어떤 설레임도, 지나친 작별의 아픔도 없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마음 한구석 '찡한 마음'이 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동안 정들었던 어르신들을 뒤로 하고  떠나려니
마치 가방을 꾸려서 수도 생활을 하겠다고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하던 날과 같은 마음입니다.
또한 함께 수고했던 복지사들, 마을 이웃들, 재속회원들과도 이미 다양한 모습으로 송별인사와 회식을 하였지만
섭섭한 마음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미 다른 소임지로 향하라는 부르심을 하느님께로부터 받았기에 뒤를 돌아다 보지 않고 떠나려합니다.

아브라함이 뭇민족의 조상이 되기 위하여 정든 고향을 떠나듯이
아무런 미련도 가지지 않고 대전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길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수도자의 삶임을 남겨지는 이들도 이해하기에 그분들은 애써 눈물을 감추며 손을 흔들 것입니다.

수도자에게 있어서 소임지 변경은 안주하는 삶의 태도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안주할 때 하느님을 찾지 않게 됩니다.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여정을 게을리 하게 됩니다.
안주하려 할 때 우리는 본향을 향하여 나아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매여 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수도자들에게 있어 이동 시기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도 잡아당기는 인연들을 뒤로 하고 미련없이 떠나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온 것이다.”

떠나는 삶을 사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많은 손길을 잡아주시기 위해 끊임없이 떠나는 삶을 사시기 위해 오셨다는 것입니다.

부디 오늘 저의 떠남이 아버지 나라 건설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떠나면서 마음에 담아가는 어르신들, 복지사들, 이웃들, 그리고 신자 여러분들의 사랑이
목동 본당 신자들에게 풍성한 생명의 양식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여기 남겨지는 모든 분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여러분에게 못 다 베푼 사랑을 그곳에서 마저 베풀고자 합니다.

본향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하느님의 사랑 안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장성 노인요양원 "프란치스꼬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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