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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나그네가 지녀야 할 것

by 大建 2009. 2. 5.

연중 제4 주간 목요일(마르 6,7-13)


주님께서 제자들을 복음의 전파자로서 파견하신다.
제자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일,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의 사업을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주님이 원하실 때에는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과 같은 인사 이동의 시기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는 역시, 매번 소임지를 옮길 때 마다 반복되는, 지닌 것이 많음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짐이 많으니 소임지 이동이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짐을 쌀 때마다 조금씩 줄여보기도 하지만 항상 마찬가지이다.
아무 것도 가지지 말고 떠나라는 주님의 말씀이 얼마나 극단적인 그리고 근본적인 요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은 부족함이 없을 때 하느님 찾기를 게을리 하게 된다.
어떤 결핍 안에서 자기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그 존재의 근원인 하느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바로 이 점을 주님께서는 가르치시는 것이다.
지닌 것이 많아 자족하면서 하느님 찾기를 게을리 하게 되는 우리 인간의 본모습을 궤뚫어 보고 하신 말씀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이, 아무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 무엇인가 지니고,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이러한 매개체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매개체에 머무르면서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닌 사물, 만나는 사람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풍족함을 느끼며 안주하고, 사람들과의 만남 그 자체 만을 즐기기 위하여 안주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물을 사용하되, 인간과의 만남을 즐기되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님께서는 사물, 사람에게 머무르지 말 것을 명하시는 것이고,
그러한 존재들이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장애가 된다면 차라리 버릴 것을 명하시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본향을 향한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96U2Ic)

재물 때문에 기뻐하는 수도자가 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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