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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며

by 大建 2009. 2. 18.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우리 한국교회 전체가, 아니 이 나라를 넘어서서 온 세계가  큰 어른을 잃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분명 이 나라 천주교회를 오롯이 이끌고 국내외에 드높인 역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991년 부제품을 주신 주교님으로서, 서품전에 인사차 찾아갔을 때 자상하게 이러저러한 말씀을 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저마다 생각과 주장이 다른 오늘의 세상에서, 놀라우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입장이나 신분을 막론하고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사회 원로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시대의 양심 그 자체로서 때론 용기있는 발언으로, 때론 중용의 침묵으로 한국 사회를 밝혀 온 큰 횃불이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직에 오른 김수환 추기경이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것은 ‘교회는 사회 속에 있어야하며, 사회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71년 예수성탄대축일 미사 때에는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선 박정희 정권을 처음으로 공개 비판하기에 이릅니다.

80년대의 사회 참여는 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의 와중에서 모든 신자들에게 광주를 위한 특별기도를 요청한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1987년 1월 발생한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은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에 불을 당겼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당시 '박종철군 추모와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강론에서 정권의 야만성을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학생과 시민들의 분노가 정점에 이른 6.10 국민운동 당시..

김 추기경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던 시위대가 명동성당에 진입하자 이들을 강제연행하려는 정부에 단호히 맞서시위대의 안전을 지켜냄으로써 6.29 선언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했습니다.

 “여기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맨 앞에 당신들이 만날 사람은 나다..

내 뒤에 신부들이 있고 그 뒤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들은 나를 밟고 우리 신부들도 밟고 ,수녀들을 밟고 넘어서야 학생들을 만난다..“

이후 97년 김영삼 정부들어 5.18특별법이 제정된 후에도 김수환 추기경은 광주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 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후 90년대들어 외국인 노동자와 철거민, 조선족 사기 피해자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수많은 이들의 곁에 항상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정치가나 사회운동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으로 변화시키고자 하신 분이었을 뿐입니다. 복음의 빛으로 너와 내가 변하고, 이 교회가 속해 있는 세상이 변해야 함을 가르치고 떠나신 분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목자를 한국 교회에 보내주시고 이제 불러가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시다. 그리고 우리도 그러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범에 따라 나 스스로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계속하고 먼 훗날 하느님 나라에서 그분을 기쁜 모습으로 다시 뵈올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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