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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혼인 잔치

by 大建 2009. 8. 20.

연중 제20 주간 목요일(마테 22,1-14)


젊은 기혼의 자매들이 흔히 겪는 일들 중에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기껏 정성을 다해서 저녁 식사를 맛나게 준비해 놓았더니 남편이라는 작자는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
할 수 없이 혼자서 눈물밥을 먹으면서 "저런 웬수하고 같이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 맛있는 요리를 준비한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남편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인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남편만의 문제일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평소에 의사 소통이 잘 되는 부부라면 남편은 일찌감치 전화를 걸어서 "자갸~ 나 오늘 늦을테니까 미안하지만 먼저 식사하고 기다려줘 잉~"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전화도 없이 늦게 들어오는 남편과 그 아내는 부부로서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개인 가정에서의 식사가 이렇다면, 잔치와 같은 경우에는 어떠할까?


서울 정동에 있는 우리 수도원에서는 주말에 혼배가 많다. 교육회관 지하식당에서 피로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피로연장에 가보면 손님이 예상외로 적어서 혼주가 서운해 하거나 난감해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초대받은 많은 손님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많이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혼주가 요즈음 흔히 말하는 "인맥 관리"를 잘 못해서 그러한 결과를 빚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하늘나라를 혼인잔치에 비유하신다.

많은 사람이 "임금"에게 초대를 받지만 거부하고 가지 않는다.
초대한 임금에게 문제가 있을까?
임금께서는 그저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신민들에게 잔치를 "베푸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자격도 없고 공로를 말할 처지도 아니다. 황송하게 받아들이면 그뿐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2mb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듯이
그분을"하느님, 주님"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늘나라의 잔치보다는 "내 일"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신앙을 무슨 인생의 악세사리처럼 여기는 요즈음의 신앙인들의 모습은 잔치를 베푸시는 분으로부터 "진노"를 살 수 밖에 없다.


정동수도원에서 혼배를 할 때 노숙자들의 등장은 항상 직원들을 바짝 긴장시킨다.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이 아닌 그들은 행패를 일삼기 일쑤요, 잔치 분위기를 망치기 십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혼주와 기쁨을 나누기 보다는

"먹는 일"에만 치중하는 국외자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이들은 내어쫓김을 당한다.


우리는 노숙자처럼 그저 잔치상에서 음식이나 주워먹으려는 태도로 하늘나라의 잔치에 참여하지 않는가? 혼주이신 하느님과 기쁨을 나누는 관계 형성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일상생활 중에는 적당히 그분을 잊고 살고
미사에만 겨우 참여하는 발바닥 신자는 아닌가?


마지막으로 하늘나라의 잔치는 항상 "현재진행형"임을 상기하자.
하느님께서는 현실에서의 혼인처럼 일정한 시기를 앞당겨서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잔칫상을 이미 차렸소.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혼인 잔치에 오시오." 하시며 우리를 초대하신다.
우리는 언제든지 참여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차려진 잔치상-하늘 나라에 들어가자. 혼주이신 하느님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자. 그분을 항상 참된 나의 주님-하느님으로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십자가라는 혼인 예복을 차려 입고 그분의 대전, 즉 잔치상에 나아가기로 하자.

                                                                                                                                            (W)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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