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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이미 그러나 아직"

by 大建 2013. 11. 29.

연중 제34 주간 금요일(루까 21,29-33)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하신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이미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와 있다" 하시며 당신으로 말미암아 시작된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말씀하지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오늘의 이 말씀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 것인가? 

오늘 복음에서 하시는 말씀을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의 '완성'이 가까이 온 줄 알아라"라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될 것 같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하느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사람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여전히 죄와 고통에 짓눌려 사는 비구원의 상황에 있으며, 그러한 비구원의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는 세상 종말의 날이 다가왔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세상 종말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물리적인 현상으로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즉 미래의 어떤 일정한 시간에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지는, 혹은 멸망하는 사건을 상상하고는 한다.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세상 종말은 그러한 시간이 아니라 세상의 가치, 세상의 질서들이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가치들 앞에 굴복하고 온전한 하느님의 다스림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지난 화요일 복음에서 전쟁과 시련 등의 시기가 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하신 말씀의 뜻이 바로 여기 있다.


결국 오늘 우리는 "세상의 마지막 날"을 향해 수동적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라도 다가올 수 있는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날"로 만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신앙인이 되라고, 하느님에게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하느님 나라를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신앙인이 되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새 하늘 새 땅"이 열릴 것을 예언한다. "새 하늘 새 땅"이 열리기 이전의 세상은 어떠한 세상인가? 바로 죽음과 죄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타인, 다른 나라를 정복하여 승리하는 것만이 가치있는 것이고, 그래서 인간이 "죄"를 포함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기 위하여 재물, 권력 등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못배운 이, 가난한 이, 사회적 신분이 낮은 이는 가치가 없는 존재일 뿐이고 더욱 더 변두리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리하고 죽음과 죄가 판치는 이러한 세상이 끝나는 날 각자는 "자기들의 행실에 따라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는 하느님의 나라가 내 안에서 완성될 수 있도록 내 안에서부터 죽음과 죄의 세력을 몰아내기로 하자.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안에 "새 하늘 새 땅"이 열릴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나라로 만들어 가기로 하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하느님의 말씀"이 나 자신과 이 세상을 다스리도록 오늘 하루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