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감시와 관심

by 大建 2011. 10. 14.
연중 제28주간 금요일(루까 12,1-7)

수련기 때의 일이다. 매주 한번씩 하는 생활반성회의는 수련자들끼리 모여서 한주간의 삶을 반성하고 생활의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각자가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반성도 하지만 동료 형제들도 각자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모임이 몇번 진행된 후 서로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로 행동에 조심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다른 형제의 문제점을 나중에 꼭 지적을 하고 하다 보니 생활 반성회의가 형제들간에 다투는 시간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참으로 미숙한 수도생활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사람들이 나를 감시한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내 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형제들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도 우리 각자를 이렇게 살피고 계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하다. 시선을 피할 수도 없는 늘상 감시하는 분이 계시니 얼마나 두려운 삶이 되겠는가!

인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어느 유명한 스승에게 많은 제자들이 있었는데 이 스승이 유독 한 제자를 예뻐하더란다. 질투심이 생긴 다른 제자들이 어느 날 스승을 찾아가 따지듯 물었다. 왜 그 제자에게만 특별히 더 많은 사랑을 베푸느냐고. 이튿날 스승은 모든 제자들을 불러놓고 병아리를 한 마리씩 주면서 말하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은밀한 장소에 가서 병아리를 죽이고 묻어놓고 오라고. 제자들은 곧장 흩어져 스승께서 시키는 대로 하고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였다. 그런데 그 사랑받는 제자만 저녁이 지나서야 되돌아왔다. 손에 병아리를 그대로 들고서. 스승이 많은 제자들 앞에서 물었다. 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느냐고. 그러자 그 제자가 대답하였다. “아무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찾아보아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란 없었습니다. 캄캄한 동굴 속에 들어가도 하늘의 신께서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이에 모든 제자들이 스승의 그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하고 말씀하신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들의 삶은 위선이 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신앙인에게 하느님은 감시자일 뿐이다. 따라서 하느님은 항상 두려운 분으로만 느껴진다.

우리는 감시받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만, 관심의 시선, 즉 사랑의 시선을 느낄 때 기쁨으로 가득차게 된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하시는 말씀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감시하는 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는 분이심을 뜻한다. 우리 각자는 그분께 그렇게 지극히 "귀한" 존재이다(12,7). 두려움을 버리고 우리의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기쁨을 지니고 살아가자.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시고 지켜주시는 분께서 항상 함께 하시니 우리는 두려워 할 것도 없고 앞날에 대해 걱정할 것도 없다!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의 눈치를 보며 위선적으로 살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기꺼이 실천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기로 하자!
                                                                                                                                (E)









'믿음 희망 사랑 > 강론,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의 효과  (2) 2011.11.12
하느님 나라는 어디에?  (2) 2011.11.10
부러운 "엄친아"?  (2) 2011.10.08
사랑의 십자가 승리하리  (2) 2011.09.14
참된 권위의 혁명  (2) 201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