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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하느님 나라는 어디에?

by 大建 2011. 11. 10.
연중 제32주간 목요일(루까 17,7-10)

우리 작은형제회에서는 수련기에 일정 기간(2주~1달 정도) 산청에 있는 성심원이라는 나환우(한센병 환자) 마을에 가서 지내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수련자일 때도 성심원에 가서 1달 정도 지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곳 환우분들은 매우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여기가 천국이지요"라는 말을 여러 환우분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형이라고 불리는 한센씨병을 앓고 있기에 한적한 시골에 모여살면서, 많은 재물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저들을 기쁘게 살게 하는 것인지...

그들은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들은 부족할 것이 없었다. 자신들을 사람 대접해주며,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

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기들을 사랑해주신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욕심은 버린지 이미 오래되었다. 사람에게 가장 충족되기 어려운 사랑이 가득한 곳에 살고 있으니 실제로 그들은 거기서 천국을 맛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랑이 있는 곳 그곳은 천국, 하느님의 나라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하고 말씀하신다. 요약하면 하느님 나라는 시(時)공(空)을 초월하는 실재라는 말씀이다.

휴거를 주장하는 이단들이 주장하듯이 가까운 미래에 닥쳐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죽은 후에나 가는 그런 곳도 아니라는 말씀이다. 또 지도상에서 찾아볼 수 있게 어느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씀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의 주권을 믿고 받아들이는 그곳,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믿고, 그분의 사랑이 실현되는 그곳, 하느님께서 "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기에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는 그곳"(묵시 21,4)이 바로 하느님 나라인 것이다.

나환우들은 욕심을 버렸기에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 사이의 사랑이 실현되는 그곳을 천국이라고 하였다. 이 점을 깊이 묵상하여야 한다. 우리 또한 욕심을 버리고 살 때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며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살 때 거기에 하느님 나라가 존재하게 된다. 하느님이 계시기에 다른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은 곳, 사랑으로 충만하기에 다른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은 곳, 그러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게 될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거나, "하느님 나라에 빨리 가야지!" 하는 소리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1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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