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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다시 독재자의 딸

by 大建 2013. 1. 29.

연중 제3 주간 화요일(마르 3,31-35)


우리 나라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편이다. 왕정시대를 일본의 식민지 통치로 마감하고, 해방 후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독재가 이어졌으니 실제적인 민주주의의 시기는 몇 년이나 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아직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임금과 대통령의 권위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여전히 그러한 권위가 천부적인 것으로 가문을 통해 이어지는 것으로까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독재로) 대통령을 해먹은 사람의 딸이니 당연히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리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군중들이 저렇게 많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북의 독재자 김정일 권력이 아들에게 승계되는 것에는 진저리를 치면서도, 다카키 마사오의 딸에게 자동적으로 대통령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이다. 선거 전 TV 토론을 한 번이라도 보고 그 과정을 지켜 보았다면 그녀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을텐데, 민중을 사랑한 대통령이 아니라 민중을 억압했던 독재자의 딸에게 그저 맹목적인 지지라니...  대를 이어 충성하는 것이 이북이나 이남이나 똑같으니 이렇게 후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 한반도에서 민주주의는 정말 요원한 것이구나 하는 좌절감에 다시 한 번 몸서리가 쳐진다.


선거가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이즈음, 다시 악몽과 같은 선거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은 오늘 복음 말씀이 그러한 사실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온 어머니가 밖에서 기다리며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하고 말씀하신다.


당신을 낳아주었다고 당연히 당신이 누리는 권위를 누리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당신 친인척, 당신과 가까운 사람, 당신과 한 무리에 속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외적인 조건, 혈연 관계가 그 사람의 인격과 자질, 품성을 자동적으로 지정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한 인간의 인격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그 사람의 행실이며, 특히 하느님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외적인 조건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모님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는 말씀을 드렸고, 실제로 하느님의 뜻이 자신 안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내어드린 분임에 틀림없기에 주님의 어머니로서의 권위를 상실하지 않는 것이다.


과연 박근혜는? 유신의 망령, 다카끼 마사오의 딸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고, 지금까지 불의하게 자동으로 누려온 특권들을 버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민중을 사랑하고, 민중을 위해 헌신하는 통치자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 날 수 있을지 5년 동안 이를 악물고 지켜 볼 것이다(인선 관계로 벌써 불거져나오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鳥누리의 악랄한 간신들 사이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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