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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희망하시는 하느님

by 大建 2013. 1. 30.

연중 제3 주간 수요일(마르 4,1-20)

오늘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그런데 이 말씀을 읽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통 농부가 씨를 뿌릴 때는, 미리 밭을 고르고 이랑을 파고 이랑에 가지런히 씨를 부린다. 그래야지만 씨의 낭비가 없이 많은 수확을 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음에서는 씨뿌리는 사람이 뿌린 씨앗이 길에도 떨어지고 돌밭에도 떨어지고 가시덤불에도 떨어졌다. 누가 보든지 참으로 서툴게 일하는 농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님께서 여기서 말씀하시는 씨뿌리는 사람은 하느님을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느님을 이렇게 서툰 농부로 묘사하였을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씨가 떨어지는 각각의 밭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의문이 풀린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길,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은 우리 인간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마음밭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다소 씨앗이 낭비가 되더라도 길가나 돌밭, 가시덤불과 같은데서도 싹이 트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시고 계신 것이다. 누가 아는가! 그런 곳에 떨어진 여러 알의 씨앗 중에서 하나라도 열매를 맺을지...

우리 마음의 밭이 지금은 무척 척박하다고 하여도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 스스로의 회개의 노력으로 말씀의 씨앗이 수십 배, 수백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하느님은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계신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는 사랑받는 이에게 하는 투자가 전혀 낭비일 수가 없다. 그렇게 계산적으로 하면 그것은 사랑일 수가 없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들이는 공이 허사가 될 수도 있지만 자녀들을 사랑하기에 아낌없이 물심양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


하느님은 그토록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 죄인들에게 희망하기를 그치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가라지조차 밀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시기에 추수 때까지 그대로 두라고 하시는 분이시다(마테 13,24-43 참조)!
"그분은 정의를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신다"(마테 12,20).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 교회는 사형제도 폐지를 그렇게 외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회개의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가 하는 선교운동은 바로 그러한 것이다. 우리 눈에 아무리 회개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는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므로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아직 믿지 않는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아까와 하지 말고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을 걸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누구보다도 우리 자신이 먼저 길가, 돌밭, 가시덤불 같은 우리 마음밭을 갈아엎고 말씀의 씨앗이 우리 안에서 열매맺도록 해야한다.

                                                                                                                                                (3D1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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