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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상선약수(上善若水)

by 大建 2013. 5. 29.

연중 제8 주간 수요일(마르 10,32-45)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 곧 "가장 높은 선(至上善)은 물과 같다"고 하였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而不爭)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도 가기를 좋아한다.(處衆人之所惡) 그러므로 길에 가깝다.(故幾於道)"

이처럼 그리스도를 명확히 나타내는 말이 있을까?

프란치스코 성인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라는 글에서 "당신은 선 자체이시며 모든 선이시며 지상선이시나이다"(3) 하며 하느님께서 모든 선의 원천이시요 至上善이심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성현들의 지혜는 이처럼 서로 상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 하시면서 당신께서 스스로 마르지 않는 "샘-물"이심을 분명히 하셨다.
그처럼 "물"이신 그분은 온갖 선의 원천으로서 당신 십자가로서 온 세상에 구원을 가져오셨으며, 십자가의 이치를 끝까지 실천하시기 위하여 세상과 다투지 않으시고 묵묵히 당신 길을 가실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하셨다. 즉 종노릇 하러 오셨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실제로 다른 이들 특히 제자들을 섬기는 삶을 살고 또 그것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셨다. 이로써 우리의 길이 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그러나, 사실, 제자들을 포함한 세상 사람들은 그 길, 섬김의 길, 종노릇의 길을 가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그분의 길을 가지 않으면서 그리스도인,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 그리스도의 제자라 할 수 있을까?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도 가기를 좋아하는 것", 즉 이웃을 섬기는 삶을 좋아하는 것이 물이신 그리스도의 참 모습이요, 따라서 당연히 우리 그리스도인의 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섬김의 삶을 살도록 하자. 섬김이 우리 신앙 생활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도 물같이 되기로 하자!

                                                                                                                                                                 (36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