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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둘씩 짝지어

by 大建 2015. 2. 5.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연중 제4 주간 목요일, 마르 6,7-13)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는데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다"고 한다. 왜 둘씩 짝지어 보내셨을까? 외로울까 봐? 그것도 한 가지 이유일 수는 있지만 단순히 외로울까 봐서는 아닌 것 같다. 인간은 무슨 일을 하든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지만 다른 이와 함께 할 때 더 잘, 더 빨리, 더 완벽하게 할 수 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으니 자신들의 노고에 대하여 좋은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으켜 준다. 그러나 외톨이가 넘어지면 그에게는 불행! 그를 일으켜 줄 다른 사람이 없다. 또한 둘이 함께 누우면 따뜻해지지만 외톨이는 어떻게 따뜻해질 수 있으랴? 누가 하나를 공격하면 둘이서 그에게 맞설 수 있다." (코헬렛 4,9-12)

이렇게 사람은 다른 이와 더불어 함께 일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서로 격려해 줄 수 있고 서로 의논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할 수 있으며, 주어진 일, 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서로를 자극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일이든 혼자 오래 하다 보면, 교만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한 일에 대한 공과를 분명하고 솔직하게 판단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마친 자신이 최고인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되고 모든 것에 대하여 자신에게 영광을 돌리게 된다. 결국 자신을 세상에 보내주신 분, 하느님을 잊고 등지게까지 되는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주님의 길을 나아갈 때 우리는 때로는 성격과 의견의 차이로 말미암아 갈등을 빚어 힘들기도 하겠지만, 결국 함께 성숙하게 되고, 서로의 앞에서 보다 겸손해지고,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된다. 힘이 들 때 도와주고 의탁할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궁극적으로는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달은 사람은 자신을 창조해주신 분,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하시며(창세 2,18), 일을 거들 동반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모든 일의 시작이요 마침이신 분의 뜻에 따라 행하게 되는 자신의 존재를 승복하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신" 주님의 마음을 헤아려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 함께 찬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로 하자.   독선과 아집에 빠져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지 말고, 겸양의 정신으로 협력하며 삼위일체를 본받아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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