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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

올레길 피정

by 大建 2014. 10. 17.

지난 9월 말 몇몇 형제들과 함께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피정을 하였다.

올해는 연피정을 그룹별로 하는 해인데, 나는 걷는 피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항공권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날자에 착오가 있어서 나는 함께 하기로 한 형제들보다 하루 늦게 제주도에 도착하였다.

피정의 하루 일정은 기상 후 미사를 하고 각자 혹은 두 명 씩 짝을 지어 준비가 되는대로 출발하여 일정 구간을 걷고 돌아와서 저녁에 함께 모여 나눔을 하는 것이다. 

걷는 구간은 개인이 원하는대로 하기로 했다.

나는 이틀 동안 혼자 걷기로 하였다.

내가 정한 원칙은 관광지 쪽은 가지 않고, 사진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사실 그래서 렌즈도 아주 단촐하게 준비해 갔다). 그리고 가급적 바닷가 쪽으로 걷고자 하였다. 또한 이번에는 강정에 들르지 않기로 하였다. 고생하고 있는 이들 앞에 편안하게 걷는 피정을 하는 모습으로 들러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첫 날은 올레길 4코스를 택하였다. 떠날 때 깜빡하고 생수 한 병 챙기는 것을 잊었는데, 일부러 해안길을 고집하고 걸었더니 걷는 내내  상점도 카페도 없었기에 정말 힘들었다.

아무튼 혼자 호젓하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땀을 흘리며 걸어 본 것은 정말 오래간만, 아니 사실상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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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걸으면서 이러 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묵상도 하였지만, 여기에 그 내용들을 옮기지는 않겠다.

다른 형제들보다 조금 일찍 돌아와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형제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한 후 나눔을 하고 곤한 몸을 눕혔다.

다음 날, 역시 미사를 한 후 각자의 길을 떠난다. 나는 이 날 올레길 15코스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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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페에서

이 날은 물을 챙겨 나갔기에 보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고 도중에 카페에 들르기도 하였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한림성당이라는 정류장 표지가 보여 얼른 내려서 성당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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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 함께 하셨듯이 나의 인생 여정, 올레길 피정에도 함께 하시는 주님께 잠시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조배하고 나왔다.


우리의 지,청원기 시절에는 지금처럼 무전여행 순례체험이 없었기에, 나는 이번 걷는 피정을 통하여 젊은 형제들이 무전 여행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군 훈련 시절 1박2일의 행군 야영 훈련 시에 발에 물집이 여러 개 잡히고 오랫 동안 고생을 한 기억이 있어서 많이 걷는 것에 사실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물집이 하나 생겼지만 그리 고생하지 않았기에 편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걸은 거리와 시간을 형제들과 견주어보니 내 걸음이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다만 도중에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짐으로써 실리를 취하는 것 역시 내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향한 수난의 길을 거리낌없이 걸어 가셨듯이,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그 험한 선교의 여정을 끝까지 완수하였듯이,  나 역시 본향을 향하여 나아가는 이 여정에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굳게 믿으며, 충실하게  걸어나갈 것을 다짐하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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