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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

수난과 열정

by 大建 2015. 9. 17.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오상 축일


상상 임신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상상 임신이란 실제로 임신한 게 아닌데도 임신했을 때처럼 몸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임신을 진심으로 원하거나 그 반대로 임신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상상 임신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긍이 된다. 인간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될 수가 없는 존재이니 영혼(정신, 마음)과 육체 간에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고, 따라서 상상 임신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아프면 다른 사람도 아프게 된다는 것도 비슷한 이치로 설명이 될 것 같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제2의 그리스도라고 불릴만큼 철저히 그리스도를 따르고, 철저히 그분을 본받고자 했던 사람이다. 그는 죽기 2년 전인 1224년 9월 17일, 라 베르나 산에서 관상하던 중 주님의 거룩한 오상을 받아 영적으로만 아니라 육신적으로도 그리스도처럼 되었다. 


첼라노는 프란치스코가 성 다미아노 성당의 십자가로부터 계시를 받은 후로 “주님의 수난에 대한 기억이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혀서 회개의 결심이 깊어졌고, 그의 영혼은 사랑하는 이가 말할 때마다 녹아들기 시작하였다. 그의 마음이 내적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을 입을수록 그의 육신도 외적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입었다.” 고 전한다(3생애 2). 


그러나 프란치스코의 오상은 상상 임신처럼 단순히 그의 갈망의 결과가 육신에 나타난 것이 아니고, 지극히 자비로우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의 은총의 개입이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느님은 당신께 도움을 청하는 무죄한 이들을 결코 저버리지 않으시는 하느님이시다. 당신께 의탁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이시다.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주님께 충성하는 이들을 어여삐 여기시며, 그들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이시다. 


그러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 그리스도의 수난(passio)에 대한 프란치스코의 열정(passio)과 갈망, 즉 열망을 굽어보시고 성자의 다섯 상처를 그의 몸에 허락하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우리도 그러한 갈망과 열정으로 주님의 십자가를 살아가기로 다짐하자.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오상에는 못 미치겠지만, 또 다른 어떤 선물, 감히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선물을 허락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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