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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저 아이는 운전사의 외아들입니다

by 大建 2017. 4. 26.

부활 제2 주간 수요일(요한 3,16-21)


우리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다인들과 이방 로마인들의 손에 넘겨져 수난당하시고 죽으심을 묵상하는 사순절을 지내고, 결국 그 죽음을 이겨내고 부활하셨음을 기쁘게 경축하는 부활 팔일 대축제를 막 벗어났다.

하지만 부활의 기쁨을 받아들이기에는 나 자신의 준비가 부족해서인지, 아직도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의 외침,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하는 말씀이 귓전에 맴돌고 있다.


예수의 하느님, 예수의 아버지이신 그분은 과연 예수님을 버리신 것일까? 인간적인 표현으로는 "버리셨다" 라고 할 수 있지만 계시의 말씀에 의하면 "내주셨다", "내어주셨다".  당신의 구원 계획 안에서 죄인들에게 당신 외아들을 내주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오래 전 스위스의 한 마을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알프스를 일주하는 관광버스가 승객들을 가득 태운 채 산길을 내려오던 중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파열되었다. 운전사는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승객들을 안심시키며 죽을 힘을 다하여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로 진입하는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제가 생겼다. 마을 입구에서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운전사는 경적을 울리고 손을 휘저으며 계속 신호를 보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어린 아이가 있었다. 운전사는 아이를 칠 것인지, 아니면 아이를 피하기 위해 차를 전복시킬 것인지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운전사는 피하지 못한 어린아이를 치었고 잠시 후 버스는 정지되었다. 승객들은 모두 안전하게 구출이 되었지만 그 어린아이는 죽었다. 버스에서 황급히 내린 운전사는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다. 사람들은 운전사를 향하여 거친 분노와 비난을 토해냈다. 그때 동네에서 나온 한 아주머니가 눈물을 훔치면서 승객들을 향하여 “운전사를 욕하지 마세요. 저 아이는 운전사의 외아들입니다.” 라고 했다. 운전사는 승객들을 살리기 위하여 자기 아들의 죽음을 택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당신 아들을 내어주셔야 했던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리는 오늘 복음과 잘 들어맞는다. 버스 운전사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시기도 하였지만, 운전사와 그 아들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하다가 다급한 현장에 와서야 당황하고 초조해 하던 승객들인 우리 인간들을 살리시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십자가라는 괴물에 예수님께서 못박혀 죽게, 희생당하게 하셨다.


그러한 사실도 모르고 혹여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가 비정하신 분이라고 몰아세우고 그분을 비난하고, 그분을 불신하지는 않았는가? 마치 승객들이 운전기사와 그 아들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살아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사에게 비난을 쏟아냈듯이 말이다.


요한 복음사가는 초지일관으로 말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16) 사랑이신 그분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목숨을 잃은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도 희생하신 것이지만, 당신 아들을 내어주신 아버지 하느님도 희생하신 것이다. 


그 희생, 성부와 성자의 희생에 감사드리며 살자. 사랑에서 넘쳐나는 결과였던 그 희생의 덕분으로 우리가 죄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에로 들어가게 되었음을 망각하지 말도록 하자.


그리고 그 고귀한 희생과 사랑을 우리도 본받아 실천하며 살도록 하자. 그것이 하느님의 뜻대로 우리가 심판받지 않고 아버지 구원을 받는 길이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

                                                                                                                                                               (7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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