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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by 大建 2009. 1. 1.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평화의 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티칸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Pieta상



루까 2,16-21                    목자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돌아갔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성모님의 품안에서 평화로이 잠자고 계신 아기 예수가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의 새로운 한 해의 삶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화살과 같이 빠른 것이 세월”이라더니 어느덧 2008년이 지나가고년, 대망의 2009년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우리는 와 있습니다.
      이 시간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면서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처럼 야비한 것은 없습니다. 지난 1년간 하느님께서 우리 영혼과 육신 상에 베푸신 은혜는 지극히 크고 무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나의 귀한 생명을 보존하여 주셨고, 온갖 위험에서 건져주셨고, 필요한 많은 은혜를 내려 주셨습니다. 물론 우리의 삶이 기쁘고 즐거운 일로만 가득찬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한 여러 시련, 고통들을 통해서도 하느님께서는 좋은 결과를 이루실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베르나르도 성인께서는 “받은 은혜를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새로운 은혜를 더 풍부히 가져오는 방법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 시간 새로운 한 해에도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우리의 삶에 평화가 가득하도록 기도하도록 합시다.
       그러한 점에서 교회가 새로운 한 해를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의 대축일이자 평화의 날로 지내는 는 것은 무척이나 뜻깊은 것입니다.
       아마도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자기 품안에서 평화로이 잠든 아기의 모습을 미소 머금은 얼굴로 내려다보는 엄마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아무런 부러울 것이 없는 귀여운 선물인, 품안의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안온한 느낌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의 성모님을 상상해 보기로 합시다. 
      비록 가난한 여행객이었지만, 하느님의 손길을 굳센 믿음으로 받아들였던 마리아였기에, 아기를 처음에 구유에 누여 놓아야 했을 때, 그리고 목동들이 찾아와 놀라운 눈으로 경배드릴 때 마리아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목자들이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하였을 때 마리아는 가장 비참한 처지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자기 품안에 안고 있을 때는 더없이 행복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마리아가 시종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하느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의탁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Pieta”(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마리아 像)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 표현된 마리아의 표정도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표정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그저 잔잔한 슬픔만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미켈란젤로라는 불세출의 작가는 마리아의 신앙심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사랑하는 아들의 시신을 안고 있는 성모의 얼굴을 그토록 잔잔한 슬픔의 표정 아니 오히려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내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가 새해 첫날을 그것도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을 평화의 날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즉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신뢰하는 사람만이 참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인류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여는 역할을 하였으며 하느님께서 자신처럼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통해서 엄청난 역사를 이루심을 굳게 믿었기에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분이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서로에게 복을 빌어 줍니다만 만세가 복되다고 일컫는 성모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의 축복이 내려지기를 기원하고 계시는 우리의 자애로운 어머니이십니다. 또한 성모님은 평화의 왕으로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의 어머니로서 예수와 함께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를 잃지 않고 살아가셨습니다.
     우리가 오늘 시작하는 새해 2009년도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나 그리고 사회·국가적으로나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 가운데 평화로운 날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평화, 하느님의 평화를 누리고 살기 위해서는 우리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성모님을 본받아 내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분께 온 존재를 봉헌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내 뜻을 고집할 때 하느님께서 들어서실 자리가 없으며, 이웃들 앞에서 내 것을 고집할 때 우리 인간 사회에서는 분열과 갈등, 증오와 혼란이 끊이지 않게 됩니다. 성모님은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의 삶, 독점이 아닌 공존(共存)과 공유(共有)의 삶을 사셨기에 평생 평화를 잃지 않고 사실 수 있었습니다.
     온 세상이 평화의 사도로 부르는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 역시 그러한 삶을 사셨던 분이기에 스스로 평화로울 수 있었고 또 모든 이에게 평화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삶에 있어서 2009년은 이제와는 다른 새로운  해로 기록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한 해를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봉헌이 단순히 전례 예절로 끝나고 삶 속에서 아무런 변화도 초래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삶 속에는 평화보다는 번민이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가장 가난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삶의 매순간에 하느님께 여러분 자신을 내어드리려고 힘쓸 때, 그리고 이웃과 나의 모든 것을 나누려고 노력하며 살아갈 때 여러분은 성모님과 프란치스꼬 성인이 누리셨던 참 평화를 누릴 수 있으며, 그러한 삶을 살 때 비로소 여러분의 삶은 참으로 가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부터 참된 믿음의 삶, 성모님처럼 온전히 하느님께 나를 맏겨드리고 봉헌하는 그러한 삶을 살기로 합시다. 그리고 내 것을 주장하지 말고, 형제들, 이웃과 나눔으로써 우리 스스로 평화를 살아가고 또 그 평화를 온 세상에 전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평화의 모후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