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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비굴한 제자들의 모습

by 大建 2009. 4. 8.

성주간 수요일(마테 26,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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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석상에서 예수께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시자,
제자들은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비굴해 보이는지...
차라리 "비록 모든 사람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마르 14,29) 하던
베드로의 순진한 호기가 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주님 곁에서 그 당시에 함께 식사를 하였더라도

역시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여쭈었을 것이다.
그렇게 비굴해 보이는 것이 아니, 비굴한 것이 우리 인간이다.
우리 각자는 저마다 주님을 따르겠다고 약속을 하고 살고 있지만,
그동안 얼마나 자주 넘어졌는지를 알고 있다.
그러한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께서 "너희 중의 한 사람이..." 하고 말씀하실 때
자신있게 "저는 아닙니다" 하고 말씀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그러한 비참한 모습을 이미 잘 알고 계시니까.
오히려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려고 호기를 부린다면
더욱 살아나가기가 힘들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부족한 존재이기에 주님께서는 죽임을 당하셔야 했고,
우리가 부족한 존재이기에 주님께서는 구원의 희생을 치루셔야 했던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가 스스로의 죄인됨을 겸손되이 인정하고 살아갈 때

구원의 신비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는 것이고,
나의 부족함-죄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한없이 아름다우신 그분 곁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될 것이다.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로마 5,20)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더욱 깊이 새겨지는 날이다.                                                                              (9R-1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