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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성탄은 곧 죽음

by 大建 2009. 12. 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마테 1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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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심자 시절의 성탄절에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왜 이 기쁜 성탄절에 예수님의 죽음을 기념하는 제사-미사를 바쳐야 하는가?"
한참 지난 뒤, 신앙의 참된 의미를 조금씩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의문은 풀리게 되었다.
오늘 성 스테파노 순교자 축일 그러한 기억을 새삼스럽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여러분은 그러한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왜 이 기쁜 성탄절에 예수님의 죽음을 기념하는 제사-미사를 바쳐야 하는가?"
"왜 이 기쁜 성탄절에 성인들의 순교를 기념하고, 예수님의 무덤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가?"

하느님의 육화는 그 자체로 죽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께서 인간이 되시기 위해서는 당신의 것을 내어 놓으셔야 했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필립 2,6-7).
이렇게 성탄은 하느님의 인간으로서의 탄생,
즉 하느님의 하느님으로서의 죽음, 순교를 기념하는 것이다.

강생하신 그리스도를 일컬어 바오로 사도는 “새 사람”이라고 하였다.
옛 사람 즉 죄로 인하여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을 새로이 하기 위하여 오신
참 “하느님의 모상, 형상”(골로 1,15)이신 분이 바로 새 사람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러한 분이 우리 가운데 오셨기에
우리는 죄에 얼룩진 이 세상, 아니 우리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시고 우리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이
바로 강생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우리는 과연 성탄절을 지내면서 그분께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잘못된 기대는 실망을 낳을 뿐이다.
우리는 성탄을 맞으면서 먼저 우리 자신이 변화되기를 기대해야 한다. 
우리 자신의 변화, 우리 자신의 죽음이 없이 성탄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지만 우리 안에서도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이 태어나 우리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찬다면
우리는 항상 매일의 삶 속에서 성탄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항상 새롭게 탄생하시게 하여야 한다.

우리가 매년 기쁜 성탄절에도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즐거워야 할 성탄시기에 순교자를 기념하며, 예수님의 빈 무덤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지 않을까?

                                                                                                            (9J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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