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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빵의 집

by 大建 2010. 1. 5.


주님 공현 후 화요일(마르 6,34-44)


예수가 태어나신 고장의 이름 베틀레헴은 "빵의 집"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께서는 빵을 많이 만드셨다.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5천명을 먹이신 기적도 일으키시고, 또 한 번은 4천명을 먹이신 적도 있으며
종국에는 당신의 몸을 빵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나누어주시기까지 하셨다.
빵의 집에서 태어나셨으니 참 빵을 잘도 만드시는 모양이다.

그 빵들로 장사를 하셨으면 아마 제과업계를 대표하는 재벌이 되시지 않았을까...? ^^
그러나 그분은 돈을 벌기위함 같은 어떤 사욕에서 빵을 만드시고 나누어주신 것이 아니다.
단지 굶주리는 이들을 보시고 가련한 생각(惻隱之心)이 들어 그리하신 것이다.

당신이 직접 만들어 주시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아시고
아버지께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며 청하라고 하셨다
(원문은 "오늘 저희에게 매일의 빵을 주시고"이다).
우리 각자가 먹을 빵은 각자 아버지께 청하기로 하자.

한편 우리 주변에 굶주리는 이들에게는 우리의 것을 나누어 주어야 함을 보여주시는 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보여주신 기적의 참 뜻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내가 먹을 것을 이웃을 위하여 내어놓는 마음이 없이는,
더 이상 우리는 빵의 집에서 태어나시어 빵을 나누어주는 기적을 베푸시는 그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불을 넘어선지 언젠데,
아직도 국민소득이 3백 불이 채 안되는 나라가 전 세계를 통 털어 49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들 국가를 최빈국으로 분류한다.
그중 30개국이 몰려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계속되는 가뭄과 식량부족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년 1천 5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 하였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이라 한다.
북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전 세계에는 230여 개국이 있으며, 60억 명 가량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60억 세계인구가 공평하게 나눌 수만 있다면
풍족하게 먹고도 남아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남아도는 식량과 가축을 태평양 한가운데 갖다 버리질 않나,
아니면 태우거나 도축하여 땅속에 묻는다 하니,
그 이유는 자국의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 한다.

한쪽에서는 굶주림으로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식량을 마구 버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생각할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참으로 답답한 것이 또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한쪽에서는 가장의 실직으로 가장이 자살하거나 일가족이 길바닥에 내몰리는
이른바 가정 해체사태가 줄줄이 이어지고,
또 한쪽에서는 천만 원 단위가 훨씬 넘는 수입 고가사치품, 소위 명품을
마치 코흘리개들 껌 사듯이 아무렇지 않게 사 들입네,
또 한해 해외로 빠져나간 의료비만 1조원이 넘네 하며, 돈 씀씀이가 물 쓰듯 헤픈 사람들도 많으니,
언제부터 우리사회의 빈부격차가 이토록 극명한 양극현상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에서처럼
자기가 먹을 빵을 내어놓는 제자들, 혹은 또 다른 빵의 기적이야기에서의 어린이와 같은
너그러운 마음, 축은지심을 기르도록 하자.

 나의 조그만 빵 한 덩이가 이웃을 살릴 수 있다. 이것이 성체성사의 기적이다.
우리 가정 공동체, 우리 교회 공동체를 빵의 집(베틀레헴)으로 만들자.

                                                                                                                     (0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