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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신명나는 잔치판을 벌여보자

by 大建 2013. 11. 5.

연중 제31 주간 화요일(루까 14,15-24)



1.벌써 오래 전에 서울 살 때의 일이다. 연극 초대권이 몇 장 들어와서 형제들과 같이 관람을 하러 갔다. 그런데 우리는 5000원 정도를 내고 입장권으로 바꿔야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저으기 황당하였다. 그러나 초대권에는 그러한 말이 아주 작은 글씨로 써 있었는데 우리가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는 돈을 내고 들어가는 것이 무슨 초대권이냐고 항의하고는 그냥 돌아왔다. 그런데 다른 형제들이 며칠 뒤 같은 표를 가지고 가서 돈을 내고 구경을 하고 왔는데 아주 재미 있었다고 하였다!


2. 어느 날 한 동창이 전화로 식사나 같이 하자며 초대하여 응하였다.
세례받은지 2년이 채 안되는 신입 교우이다.
동창 중에 신부가 있는 것이 자랑스러운지 가끔 이렇게 식사 초대를 하지만
나로서는 조금은 부담스럽다.
식사 중에 주일이기에 미사 참례를 하였는지 물었더니
모 방송국 사장과 함께 골프를 치느라고 미사를 못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껄껄 웃으면서 "친구가 신부인데 천국 가는데 문제 있겠냐?"고 농담을 하였다.
그리고는 교회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하여 비판을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다시 "본당 혹은 교회 생활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물었다. "거의 아니다"가 그의 답이었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신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교회 생활, 신앙 생활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국외자, 방관자로서 교회의 이러저러한 문제점에 대해 비판만 잘 하는 신자들,
그리고 신부, 수도자들에게는 잘 해주려고 접근하고,
세례받은 것만으로 천국행 티켓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신자들 말이다.

3. 오늘 복음에서 한 유다인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하고 예수님에게 넌즈시 묻는다.
이것은 자기들은 하느님 나라의 잔치 자리에 참석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말이다.
왜냐하면 당시의 유다인들은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는
이방인들과 죄인들을 제외한 유다인들이 참석하게 될 것으로 믿어졌기 때문이다.
유다인 즉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하느님 나라에 참석할 수 있다는 믿음에
예수께서는 비유로써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셨다.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는 것 만으로 천국행 티켓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4. 우리는 이미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초대받았으면 참석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느님 나라의 잔치가 반드시 저 세상의 실재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여기서 잔치판은 벌어지고 있다.
교회라는 잔치판, 신앙인들의 공동체 라는 잔치판,
성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이웃과 하나가 되는 잔치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 간혹 혼배 잔치 같은 곳에 가보면
손님이 없을 때 같은 손님으로서 느끼는 썰렁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손님이 그러할진대 주인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잔치판은 이미 우리를 위해 마련되어 있는데, 우리가 참석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여기서 신명나는 잔치판을 벌여보자.
적극적으로, 교회라는 공동체 생활, 성체성사의 나눔과 일치의 생활을 통하여
인생의 기쁨을 드러낼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초대를 받았던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아무도 내 잔치 음식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38S0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