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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by 大建 2008. 5. 10.
부활 제7 주간 토요일((요한 21,20-25)

군에서 훈련 받던 시절 이야기다.
야외에서 되게 뒹굴은 날 저녁 점호에 갑자기 총기 청소 상태를 점검하였다.
그런데 이 날 저녁 점호에 총기 점검을 하리라고 예상을 하지 않았기에
대개 총기 청소를 대강하거나 아예 하지 않거나 하였다.
지금 기억에 총기 청소를 할 시간도 부족했던 듯 싶고...
하여간 나는 대강이라도 청소를 하고 점호에 임했다.
그런데 점호가 시작되고 전수검사가 아니라 그야 말로 몇개의 총기를 "찍어서" 검사를 하고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별도의 조치 -기합이 주어졌는데 그중에 내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당시 훈련 중에는 매일 밤 일명 수양록이라는 일기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전혀 총기 청소를 안한 동료들도 많았는데 청소를 한 내가 "재수없이" 걸려서 기합을 받아서 억울하다는 투로 일부러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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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구대장(담당 훈육관)이 읽으라고...

다음 날인가 그 다음 날인가 훈육관실로 불려가서 내 생애 최고로 많이 맞았다. 소위 빠따라는 것을...
매를 치면서 훈육관이 하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흔들어쳐서 엉덩이는 별로 아픈 줄을 몰랐다...

"장교가 되겠다는 놈이 그렇게 자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재수가 없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서야 어떻게 지휘관이 될 수 있겠느냐!" 는 말이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었다.
재수가 좋아서 걸리지 않은 동료들의 문제가 아니라
어쨌거나 총기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나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 구대장에게 지금도 고마움을 느낀다.

그후로 내 생애에서 남에게 탓을 돌리거나 남과 비교해서 나의 것을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요한 21,22)
우리는 흔히 나 자신 혹은 나의 일을 타인 혹은 그의 일과 비교하거나 타인의 탓을 하거나 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의 모든 행위는 온전히 내가 하느님과 내 양심을 따르지 못한 내 책임이다.
또 다른 사람이 나보다 아무리 좋고 많은 선물을 받았다 하더라도
내가 나에게 주어진 적고 나쁜(?) 선물을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도 된다는 핑게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요한이 순교를 당하지 않고 오래 살게 되는 것에 대해 베드로는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순교의 길을 가면 그뿐인 것이다.

총기 청소를 안 해 기합받은 것을 "재수"의 탓으로 돌려 억울해 하였던 나의 항변이나,
광우병 소의 수입에 대한 비난이 들끓자 자기들은 "설겆이"를 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2mb와 그 일당들의 치졸한 변명이나 다 같은 것이고
우리의 일상 생활, 그리고 신앙 생활 안에서 쉽게 발견되는 미성숙한 모습이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2mb와 그 졸개들 ,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신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88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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