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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36

철부지 신앙인 사순 제1주간 목요일(마테 7,7-12)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그리 부유하지도 또 그리 가난하지도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유난히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하셨던 아버지는 우리가 적어도 물질적으로는 남부럽지 않게 해주시려고 애쓰셨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있어 사달라고 조르면 크게 집안 형편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닐 때 대개는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은 커녕 TV도 없던 시절에 어린 아이들이 정보를 얻을 곳이 어디겠는가? 학교와 그 주변이 유일하게 상품 구매 욕구를 부추키고 정보도 얻는 곳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쯤이지 않았나 싶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소위 "007" 가방 형태의 가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몇 몇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나도 사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 2009. 3. 5.
사랑의 대화 사순 제1 주간 화요일 젊었을 때 연애하던 시절(물~론 수도원 들어오기 이전이다 ^^) 사귀고 있는 여인을 생각하면 혼자 있을 때에도 좋아서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곤 하였다. 그렇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함께 있지 않아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데 함께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행복하지 않겠는가! 구태여 말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화가 없어도 서로 바라만 보고 있으면 좋은 것이 또 사랑이 아니겠는가! 대화를 나누더라도 서로를 위해주는 말을 주로 하며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말을 골라서 하게 된다. 상대방이 원하기도 전에 그가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구하려고 애쓰고 결국은 선물을 하게 된다. 내가 필요한 것.. 2009. 3. 3.
영적 귀머거리 연중 제5 주간 금요일(마르 7,31-37) --------------------------------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제자였던 빠도바의 성 안또니오가 리미노 지방에 가서 설교를 하였으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마음이 답답한 안또니오는 강가에 가서 물고기들에게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생활을 하도록 설교를 하였다. 사방에서 고기들이 무수하게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설교가 끝나자 한결같이 입을 벌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해변으로 나와보고는 크게 감탄하고 저마다 회개하였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어도 .. 2009. 2. 13.
기도 연중 제32 주간 토요일 엊그제 수능이 끝났다. 수고한 수험생들, 그리고 뒷바라지를 한 부모들 모두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건넨다. 수능철, 입시철이면 본당에는 미사예물 봉투가 쌓인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어느 부모가 시험보는 자녀를 위해 생미사를 봉헌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는 대부분 아이들의 공부가 썩 미덥지는 않은 부모들의 이야기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미사, 기도 이런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이를 믿기때문이다. 하느님은 믿지 않지만... 한편 미사예물을 들고 오는 부모들 중에는 정말 솔직이 한심하다 싶은 사람들도 있다. 평소에는 성당에 얼굴 한 번 내밀지도 않다가 입시철에만 얼굴을 내밀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는 것이다. 평소에 미사를 하지 않더라도 개인적.. 2008. 11. 15.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연중 제7 주간 월요일(마르 9,14-29)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하고 말씀하셨다.(9,22-23) 여기서 "믿는 이"는 과연 누구를 지칭하시는 것일까? 바로 당신을 가리키시는 말씀이다. 즉 당신이 믿는 이, "신앙인"이기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이다. 우리가 흔히 예수님을 믿으라고 하지만, 예수님의 신앙을 본받으라는 말을 들어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분은 여기서 밝히고 계시듯이 분명히, 믿음을 지니신 이, 신앙인시었다. 히브 12,2은 예수님을 "믿음의 근원이요, 완성자"로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믿음이란 자신의 유한성,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무한자, 절대자이신 하느.. 2008. 5. 19.
네가 날 알아? 사순 제3 주간 토요일 얼마 전에 모 장관후보로 지명되었던 사람이 땅 투기가 문제가 되자 해명을 한 말이 더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자기는 땅 투기를 한 것이 아니고 땅을 원래 사랑하기에 그 땅을 샀던 것이란다. 지나가던 강아지(?)가 웃을 말이 아니겠는가! 결국 이 후보자는 사퇴를 하고 말았고 이 사람의 신용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자기가 산 땅에 고이 묻어주길 바란다! --) 이렇게 공적으로 한 말은 그저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평을 세상에 남길 뿐이다. 그러나 개인간에 하는 대화에 문제가 생기면 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대화는 진실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과 만나서 "나는 평생 거짓말도 안하고 아무런 죄도 짓지 않고 살아간다"고 말한다고 하자. 혹자는 내가 신부요, 수도.. 2008.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