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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3

게으른 목자의 넋두리 연중 제4 주간 토요일(마르 6,30-34)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무엇보다 먼저, 제자들은 열심히 전도 여행을 하고 돌아와 주님께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고" 나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기에" 주님으로부터 "좀 쉬어라" 하는 말씀을 듣고 휴식을 취하는데, 나는 내 멋대로 쉬는 날을 정해놓고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은 주간에도 무조건 쉬려고만 하니 말이다. 두번째로,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쉬게 하시고는 당신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쉬시지도 못하고 여전히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분으로부터 목자로서의 부르심을 받고 살아간다고 하는 나는, 양떼에게 측은지심을 느껴 그들을 잘 먹여 배부르게 하기 보다는 나 혼.. 2020. 2. 8.
▶◀ 너 나를 사랑하느냐? 부활 제7 주간 금요일(요한 21,15-19) 오늘 인터넷에서 본 사진 한 장은 잠시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봉하마을로 찾아 온 시민에게 무릎을 꿇고 싸인해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다. 정말 파격적으로 권위에서 탈피한 삶을 살다가 떠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 탈권위주의적인 자세는 대통령 재임시에도 걸러지지 않은 채로 그의 입에서 흘러나와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하였다. 그 중 한 마디가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이었다. 요즈음 본당에서 구역, 반을 조정하고 새로 반장을 임명하기 위해 며칠째 전화통을 붙잡고 있다. 반장을 맡아주기를 부탁할 때마다 대부분 "못 한다"는 대답이 나온다. 그러한 대답을 며칠 째 들으면서 "정말 본당신부 못해먹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실제로 반장 못한다는 몇몇.. 2009. 5. 29.
양치기 개 부활 제4 주일, 성소주일 1. 스페인에서 유학하던 시절, 방학을 시골에 있는 어느 수도원에서 지낸 적이 있다. 산책을 하던 중, 양떼를 몰고 가는 초라한 목자와 마주쳤다.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대화한 후에 바로 복음 말씀이 생각나서, "정말, 양들이 목자의 소리를 알아듣는지?" 물어보았다. 그 목자는 서슴없이 "그렇다"고 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자기는 양들 한 마리 한 마리를 다 안다고 하였다. 50여 마리 되는 양떼였는데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하였더니, 생김생김 특징이 다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특징을 이름삼아 지어 주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귀 큰 놈", "배에 큰 점" 등... (과연 주님은 거짓말을 안 하셨구나! 목자의 일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계셨다.) 목자가 참으로 정성들여 .. 2008.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