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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 너 나를 사랑하느냐?

by 大建 2009. 5. 29.
부활 제7 주간 금요일(요한 21,15-19)

오늘 인터넷에서 본 사진 한 장은 잠시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봉하마을로 찾아 온 시민에게 무릎을 꿇고 싸인해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다.
정말 파격적으로 권위에서 탈피한 삶을 살다가 떠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 탈권위주의적인 자세는 대통령 재임시에도
걸러지지 않은 채로 그의 입에서 흘러나와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하였다.
그 중 한 마디가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이었다.

요즈음 본당에서 구역, 반을 조정하고 새로 반장을 임명하기 위해
며칠째 전화통을 붙잡고 있다.
반장을 맡아주기를 부탁할 때마다 대부분 "못 한다"는 대답이 나온다.
그러한 대답을 며칠 째 들으면서 "정말 본당신부 못해먹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실제로 반장 못한다는 몇몇 신자들에게 그런 말을 하기도 하였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주님께 한 대 얻어맞았다.
베드로에게만 물으신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너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이나 물으신다.
고개를 숙이고 "예, 주님,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주님께서는 "그러면 내 양들을 돌보아라" 하신다.
주님을 사랑하는 까닭에 나는 목자일 수 밖에 없다!

"너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는 질문이 비단 목자들에게만 던지시는 질문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시는 질문이다.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던지시는 것은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이웃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음을 깨우쳐 주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깨우쳐 주시는 것이다.

그렇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의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1 요한 4,20)

나는 목자로서 주님을 사랑하기에 신자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이웃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 주님께서 던지시는 질문에 답해 보자. "너 나를 사랑하느냐?"
"예"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면,
그 대답은 "그러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하는 주님의 말씀을
불러오는 대답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는 신자들 앞에서 "본당신부 못해먹겠다"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

                                                                                                        (9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