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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게으른 목자의 넋두리

by 大建 2020. 2. 8.

연중 제4 주간 토요일(마르 6,30-34)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무엇보다 먼저, 제자들은 열심히 전도 여행을 하고 돌아와 주님께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고" 나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기에" 주님으로부터 "좀 쉬어라" 하는 말씀을 듣고 휴식을 취하는데, 나는 내 멋대로 쉬는 날을 정해놓고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은 주간에도 무조건 쉬려고만 하니 말이다.

두번째로,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쉬게 하시고는 당신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쉬시지도 못하고 여전히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분으로부터 목자로서의 부르심을 받고 살아간다고 하는 나는, 양떼에게 측은지심을 느껴 그들을 잘 먹여 배부르게 하기 보다는 나 혼자만 잘 먹고 피둥피둥 살을 찌우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오늘 복음은 아무리 읽고 묵상해도 양떼인 신자들에게 보다는 목자 노릇을 해야 할 나 자신과  동료 성직자들에게 해주시는 말씀인 것 같으니 시답지 않은 소리로 신자들에게 훈계하는 강론 보다는, 목자 공통 성무일도의 성경소구에 나오는 베드로 사도의 말씀을 되새겨보는 하루로 살면서 오늘 제1 독서의 솔로몬처럼 하느님께는 분별력을 청하고, 신자들에게는 충고를 청해 듣고 그로써 양식을 삼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원로들에게 같은 원로로서, 또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이며 앞으로 나타날 영광에 동참할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1베드 5,1-4) 



                                                                                                                                                                                                                                             (5R0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