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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종이 아닌 벗으로

by 大建 2009. 5. 15.

부활 제5 주간 금요일(요한 15,12-17)

오늘날에 집에 하인들 두고 사는 사람은 적어도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그러나 군사 독재 시절 인간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인건비가 무척이나 쌌던 시절에는
웬만한 가정에서 가정부(소위 식모)를 두고 살았다.

그 당시 가정부들은 그야말로 하인, 종노릇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인격적인 대우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미친 소리였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화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주인은 그저 시킬 일을 시키면 그만이요, 가정부 또한 묵묵히 자기 일만 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 안에서도 예외는 있게 마련이다.
열린 마음을 가진 주인이 보다 친절하게 가정부를 대해 주고 자기 가정 일을 이야기하고 하면
가정부로서도 더욱 기쁜 마음으로 주인을 위해 봉사를 한다.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는 사람에게는 마찬가지로 응답하게 마련인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집안 일"을 알려주었음을 상기시키시면서 우리가 "종"이 아닌 "벗"이라고 선언하신다. 

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우리에게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시고 우리가 당신 "집안 일"에 함께 하시기를 바라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행해야 할 "당신 집안 일"은 오직 "서로 사랑하는 것" 뿐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가족이 되고 벗이 되는 것이다.
그 이외의 일은 모두 여기에 종속이 되는 것이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는
"사랑의 정신으로 자진해서 서로 봉사하고 순종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참되고 거룩한 순종입니다"(1회칙 5,14) 하고 가르치고 있다.
하느님의 계명을 마지못해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그 분의 뜻을 찾아 사랑의 정신으로 봉사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 때 우리는 진정 종노릇이 아닌 하느님의 자녀다운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종노릇을 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일이다.
                                                                                                                               (95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