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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by 大建 2009. 5. 20.

부활 제6 주간 수요일(요한 16,12-15)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은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부활기간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사실 이번 주간 내내 우리에게 들려지는 복음은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마지막 시간을 함께 가지면서 이야기를 나누신 부분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제자들이 실망하지 않고 희망을 지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신다.


성령께서 오시면, 성령께서 새 삶 안에 들어오시면,

우리를 하느님께 대한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주신다는 것이다.
성령을 갈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하느님의 신비(神秘) 안으로 온전히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이 말씀을 수난 직전에 하셨음을 기억하기로 하자.

어제 복음에서 들었듯이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고 하셨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주님과의 이별을 맛보지 않으면 위로자, 보호자이신 성령을 맞아들일 수 없고,
철석같이 믿었던 예수님의 죽음을 체험하지 않으면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느님의 진리, 그분의 신비 안에 생활할 수 없다는 말씀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수난을 반대하던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시던 말씀을 상기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수업에도 먼저 들어야 할 과목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십자가다.
십자가는 성령강림의 "선수과목(先授科目)"인 것이다.
십자가 체험없이 어찌 참된 기쁨을 맛볼 수 있겠는가!
쓰디쓴 이별, 참혹한 죽음이 없이 어찌 성령 안에서 새로태어나겠는가!


십자가의 죽음을 겪어 본 사람만이 하느님의 진리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다.

잔혹한 십자가의 죽음을 체험한 사람만이 그분의 진리를 "감당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2,13).

                                                                                                                              (99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