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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생명의 물

by 大建 2010. 11. 9.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에제 47,1-2.8-9.12; 요한 2,13-22)


에제키엘은 성전의 성소에서부터 제단 밑으로 흘러가는 생명수의 샘물을 환시 안에서 보게 된다. 그 샘물은 크게 넘치는 강물이 되었고, 그 강물은 바다를 향해서 이르렀다.



예루살렘 성전은 거룩한 하느님이 계신 곳이기 때문에 늘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 거룩하다는 뜻은 세상과 구별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 닫혀 있었다.

유다인들은 거룩함을 수호하는 것만이 거룩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룩함의 문을 닫아놓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부정한 사람들을 찾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닫아 걸어놓은 채 나만 잘났고, 나만 거룩하고, 나만 귀하다고 여기며 살았다.

에제키엘도 성전이 닫혀진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성전에서 물이 흘러나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는 환상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생명수는 강물이 되어 아라바를 거쳐서 사해 지역까지 흘러간다. 사해란 죽은 바다이다. 그런데 이 죽은 바다를 살아있는 바다로 하느님께서 바꾸시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물이 이르는 곳마다 나무들이 살아난다. 그리고 나무에 결실이 맺어지게 시작한다. 그리고 이 물이 흐르는 곳마다 없었던 고기들이 뛰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세상의 법칙과는 반대였다. 세상에서는 물이 오염되어 폐수가 되면 강과 바다로 들어가야 정화가 된다. 그런데 반대였다. 오히려 성소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생명수, 정화수였다. 그리고 성전에서부터 흘러나간 물이 닿는 곳마다 생명의 역사, 회복의 역사,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에제키엘이 37장에서 마른 뼈들이 다시 살아나는 환상을 본 것 같이, 성전에서 흘러나온 생명수를 통해 땅의 죽은 것들이 다시 살아나는 놀라운 환상을 47장에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에제키엘서 9장을 보면 하느님의 심판이 성전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예언하고 있다. 성전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성전에 성령이 함께 거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성전의 지도자들이 타락했고, 성전이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선포하는 참된 모습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교회는 어떠한가? 하느님의 말씀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는까? 물은 물인데 먹고 마실 물이 아니라 썩은 물은 아닌가? 그래서 믿지 않는 이들에게 생명과 희망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가?



주님의 말씀, 생명의 영이 세상 곳곳에 흐르는데 방해하는 것들이 우리에게는 없을까? 어딘가에, 누구에겐가에  막혀서 고여서 썩어 가는 데는 없을까? 누군가 변화하지 않고 닫힌 마음으로 살아 하느님의 역사를 방해하는 모습은 없는가? 우리는 하느님 앞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날마다 변화해야한다. 아무리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이고 하느님께 예배를 드려도 그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 생명의 영이 움직이지 않고 흘러넘치지 않으면 그것은 반드시 썩어버리게 되어 있다.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 있다. 그곳에는 생명의 역사가 생겨날 수가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성전, 썩어서 부패의 냄새가 나는 성전, 가진 자, 있는 자들만이 편안함을 누리는 성전, 그렇기에 하느님의 영이 살아 역사하시지 않는 성전을 정화하신다. 생명의 물이 다시 흐르도록 하시는 것이다.


성전에서 흘렀던 샘물이 성전 밖으로 나가 강물을 이루고 그 강물이 흘러가는 곳마다 생명의 역사가 일어난 것처럼, 우리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내가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물을 받아 살고 있으니, 나로 말미암아 물이 고여 썩지 않도록 하는 것이, 썩은 물이 아닌 생명의 물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무인 것이다.

성전 자체이신 분께서 당신 자신을 바쳐 피와 물을 흘리시는 제사로 새로운 교회를 세우셨으니 우리도 우리 자신을 바치는 희생의 삶으로써 우리에게서 생명의 물이 흘러나가도록 우리의 생명을 새롭게 하자.

그리고 우리의 강을 죽음의 강으로 바꾸는 저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로 하자!

                                                                                                   (0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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