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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교황 베네딕도 16세 사퇴 발표

by 大建 2013. 2. 12.

연중 제5 주간 화요일(마르 7,1-13)

▲ 2월 11일 추기경회의에서 사의 표명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에서 www.youtube.com/vatican)


전세계적으로, 교회 내외를 막론하고, 오늘 최고의 뉴스는 역시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 교황직에 사의를 표명하셨다는 소식일 것이다. 그야말로 교회 안팎을 신선한 충격으로 몰아넣은 소식이 아닌가 싶다.

11일 오전(현지 시각) 바티칸에서 시성(諡聖)과 관련해 열린 추기경회의를 마치며 내놓은 갑작스러운 발표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지난 몇 달간 내 기력은 교황직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약해졌다”면서 “완전한 자유의사에 따라 교황직의 포기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교황 직무는 그 영적 본성 때문에 말과 행위뿐만 아니라 기도와 괴로움으로 수행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너무 많고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신앙생활에 관한 질문으로 흔들리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교회를 다스리고 복음을 선포하려면 몸과 마음의 힘이 모두 필요하다”고 사의를 표명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끝으로 교황은 “앞으로도 평생 기도하는 삶으로 하느님의 교회를 헌신적으로 섬기고 싶다”고 말했다.


교회법 제332조 2항은 “혹시라도 교황이 그의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 요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아무한테서도 수리될 필요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퇴위하면 그레고리오 12세(1406~1415 재위) 이후 598년 만에 선종하기 전에 물러나는 교황이 된다.

이 소식이 신선한 충격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6세기 만에 가톨릭 교회에서 자의에 의해서 생전에 교황직에서 물러나는 교황이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하느님 앞에서 제 양심을 거듭해 성찰한 결과, 저는 나이가 많아 제 기력으로는 교황직을 수행하기에 더 이상 적당하지 않다는 확신에 이르렀다"고 하심으로써 이것이 자유로운 결정이며 더 나아가서 "양심 성찰"에 따른 결단임을 밝히셨다.


사실 그동안 다소간 보수적인 경향으로, 교회를 이끌어가시는 것이 아닌가 싶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였는데, 이렇게 그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선한 감동을 몰고 오신 그분께 찬사를 드리고 싶다. 진정으로 용감한 결정으로 인해 가톨릭 교회 안에 새 바람이 불게 되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전통주의자들에게는 그저 헤어날 수 없는 충격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600여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전통을, 그것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신 분께서 교회의 전통을 과감히 깨어버리셨으니 진정 새 바람이 불어오지 않겠는가! 불고싶은 대로 부는(요한 3,8) 성령의 새 바람이 말이다!

그렇다. 인간이 전통만을 고집하는 곳에서는 성령이 임재하실 수 없다! 성령은 무소불통(無所不通)하신 분이시니, 인간이 전통만을 고집할 때 성령을 질식시켜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하신 말씀은 바로 이를 뜻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서로 작용시켜 좋은 결과를 이루시는(로마 8,28) 분이 하느님이시요, 그분은 실제로 언제나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임을 우리가 진정으로 믿는다면, 우리는 율법이나 전통에 매여 성령을 질식시키고 형제 자매들을 질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매 순간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신다면, 우리는 낡은 세상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게 되며, 아니 사실 새로운 창조 안에서 성령께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실 수 있도록 길을 내어 드리며 겸손되이 그분께 복종하는 것이니 하느님의 참다운 자녀, 성령 안에 살아가는 용기있는 그리스도인으로 매번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교황님을 본받아, 우리도 이번 사순절에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그릇된 전통이 있다면 훌훌 벗어버리고, 성령께서 나의 삶과 이 세상 역사 안에서 불고 싶은대로 부시며 창조의 숨결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겸손되이 그분 앞에 나 자신을 내어드리자!


그리고, 어렵지만 자유롭고 양심에 따른 결단을 내리신 교황 베네딕도 16세께도 하느님께서 풍성한 은혜를 내리시고 지켜주시기를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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