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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지행일치(知行一致)

by 大建 2011. 8. 4.
연중 제18 주간 목요일(마테 16,13-23)

스페인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마지막 학기 논문 준비에 한창일 때 공동체 형제들이 하도 운전 면허 시험을 보라고 하여 마지 못해 학원에 다니며 시험 준비를 하였다. 거기서도 자동차 학원에서 면허 시험 준비에는 강의가 별도로 없고 예상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다 였다...-_- 어쨌거나 이론 시험을 보았는데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였다.
학원에서도 공동체에서도 모두들 놀랐다. 말도 어눌하게 하는 외국인이 시험을 한 번만에 보란듯이 합격하였으니 말이다.

다시 도로 연수를 한 다음 실기 시험에 응시하였다. 보기 좋게 낙방하였다. 두번씩이나... 논문 준비에 바빴기에 거기서 포기하고 귀국한 후 한국에서 면허를 땄다.
이론 시험을 아무리 잘 보면 무엇하나? 운전은 실제인데 말이다. 아는 것과 실제로 운전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인생의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하여도 제대로 행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는 스승의 질문에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밝히기 시작하시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스승이 그리스도이심은 알지만 그리스도답게 죽으시면 안 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그렇게 비참하게 자신이 스승의 뒤를 따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기 싫다는 말이었다. 이에 주님께서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고 호되게 나무라신다.

사실 악마들도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루가 4,41). 그러나 그들은 예수께서 행하시는 일을 반대하고 방해하였다.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서, 그리스도에 대해서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분이 하시는 일을 반대하고 방해한다면, 그리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탄, 악마보다 나을 것이 없다.
그렇기에 사도들은 한결같이 "하느님의 자녀와 악마의 자녀는 이렇게 뚜렷이 드러납니다. 의로운 일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모두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1요한 3,10),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하고 말한다.

이론 시험에 합격하였다고 자만하지 말고 실기 시험까지 완벽히 합격하도록 하자. 아는 것을 실천하는 올바른 신앙인이 되도록 하자. 그것이 제자됨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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