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요한 18,1-19,42)
지난 주의 수난성지 주일에 이어 오늘도 수난당하시고 죽으시는 예수께 대한 복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토록 인간을 사랑하시던 예수님께서, 그토록 인간을 사랑하시던 하느님께서 죽임을 당하셨다. 아니 죽음을 맞이하셨다. 사악한 인간들은 이제 다 끝났다고 신이 나서 떠든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는 “다 이루었다”라는 한 마디를 끝으로 당신의 목숨을 아버지께 돌리신다. 이제는 오직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우리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이 침묵을 깨지 말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음산한 죽음의 침묵이 아닌, 여명을 기다리는 침묵 안에서 우리는 빛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적극적으로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예수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이제는 사랑으로 채색되었기 때문이다.
<죽음에 바치는 노래〉
나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듯 죽음을 기다립니다.
언제 올지도
어떻게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기다립니다.
이 기다림 속에는 두려움도 없습니다.
그것은 죽음이란
상상되어 왔지만 알지는 못하는 곳을 향하여
열리는 문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랑과도 같이
죽음은 우리에게
이 삶과는 또 다른 삶을 열어줍니다.
나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듯 죽음을 기다립니다.
그것은 어느 날 나에게 다가와서
그 친근한 두 팔로 나를 받아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 이마에 입맞추고
그의 애무 속에
나는 영원의 꿈 안에 잠들 것입니다.
마치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같이.
그리고 이 꿈은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부활이요
해방이요
온전한 사랑과의
온전한 통교이기 때문입니다.
* María Helena Silveira(1922-1970), 브라질의 여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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