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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다

by 大建 2014. 4. 25.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요한 21,1-14)

0.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있을까? 국민 모두가 좌절에 빠져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직업 윤리, 책임의식, 연대 의식이 없이 살아가다 보니 세월호 사건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사고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구조 작업(이제는 사실상 시신 수습 단계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체되고, 소극적으로 진행이 되어 유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또한 진정으로 인간성 말살의 표본이 되어버린 듯한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 언론인들은 이 와중에 유가족을 대상으로 종북몰이를 하고 "괴담 유포, 시체장사" 등의 망언을 서슴치 않고 있으며 부족한 것없이 자란 재벌의 자식은 유가족들의 비통해 하는 모습을 "미개한 국민"의 모습이란다.

   그리고 부정하게 권좌에 오른 이를 비롯하여 그 주변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사태에 책임을 지려고 하기 보다는 면피성 발언만을 쏟아내고 있다.

   오직 민초들만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며 무너져 내린 가슴을 서로 보듬어주려고 하지만, 그래도 이미 사회적 멘탈리티 붕괴 사태는 치유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국가도 아닌 집단이 되어 버린 이 나라, 정부같지 않은 정부로부터 떠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1. 희망이 없는 상태였다. 좌절상태였다. 스승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의 상태가 그랬다. 그렇다고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베드로가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나서자, 다른 제자들도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이야기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였다. 삶의 의미와 의욕을 잃어버린 그들이 하는 일이 잘 될 리가 없었다. 비록 그들은 고기잡는 일로 잔뼈가 굵어온 사람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그러한 그들 앞에 희망이 나타나셨다. 부활하신 주님이 나타나셨고, 제자들을 부르실 때 그렇게 하셨듯이  고기잡이인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하고 친히 가르쳐 주시자 그 말씀대로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 희망을 지니고 살아갈 때 무슨 일이든지 잘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삶의 의미를 추구해 나갈 때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이야기인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신앙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야기인 것이다. 

2.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시련,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그분의 부재를 탓하고, 결국에는 모든 것에 실망하여 좌절하게 된다. 우리를 덮어싸는 어둠이 그렇게 깊을수록, 바로 그러한 짙은 어두움을 겪으셨던 분, 예수님이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오신다. 당신이 죽음의 골짜기에서 빛을 몰고 오셨듯이, 우리도 희망을 안고 살아가기를 바라시면서 우리와 함께 식사를, 성찬을 나누시며 우리가 다시 기운을 차려살아갈 수 있도록 토닥이신다. 

3.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이겨낸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주심과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계심을 믿으며, 희망을 지닐 때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평화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부활이다. 

                                                                                                                                                                         (4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