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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by 大建 2014. 5. 7.

부활 제3 주간 수요일(요한 6,35-40)

"우리 대한국민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헌법을 개정한다"(헌법 전문). 감사원장을 지낸 원로 한승헌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최고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062216135&code=940202).

정확히 10년전 박근혜는 김선일 피살 사건에 대해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가 말한 똑같은 것을 그녀와 그 정부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지금은 단 한 명이 아니라 수백명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다. 

또 다음과 같은 말씀들을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의 죽음도 기뻐하지 않는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그러니 너희는 회개하고 살아라"(에제 18,32).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  

즉 생명을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께서는 일관되게 우리가 생명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신다는 것이 성경 전체의 메시지요, 따라서 그분은 우리에게 생명의 문화를 가꾸어 가기를 바라신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날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6년 1월 

교황 즉위 후 처음으로 유아 10명에게 세례를 베풀면서

,  "이 시대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에 단호히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하였다. 교황은 이날 21세기를 로마제국의 타락에 비유하고, 신자들에게 신앙심의 회복을 촉구했다. 

그런데 사실상 "죽음의 문화"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문화를 파괴하는 반문화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반(反)문화는 약물로의 도피,착각,그릇된 행복과 단순 쾌락 추구의 성(性) 탐닉과 황금만능주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죽음의 문화'는 거짓과 속임수를 사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즉 반문화는 그대로 맘몬을 섬기는 우상 숭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세월호 사건은 생명과 안전보다는 재물을 우선시하는 황금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관료들과 해운업자의 결탁으로 말미암은 예방 조치의 소홀과 부적절한 선박 운행이 큰 원인을 제공한 사건이고, 한 사람의 생명도 구조하지 못한 원인에도 역시 생존자 구조라는 절박한 임무보다는 이권에 눈이 먼 해경과 구조업체의 유착으로 인한 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지 않았는가! 우리 사회가 이처럼 뿌리깊은 물신 숭배 사상에 빠져 암묵적으로 죽음의 문화에 동의하고 살아 온 결과가 세월호 참사인 것이다.

죽음의 문화인 황금만능주의에 반(反)하는 것이 곧 "생명의 문화"다. 그런데 이 생명의 문화를 창출하기 위하여 황금만능주의를 탈피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같이 살면서 서로를 위한 생각이 언제나 있어야 한다.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남은 죽고 다쳐도 좋다는 무자비한 출세지상주의와 천민자본주의로부터 빠져나와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더불어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연대의 영성이 필요하다.  

부활하신 주님으로 말미암아 죽음으로부터 구원받은 우리 모두는 함께 생명에 대해 봉사할 의무를 지닌다. 생명 자체이신 하느님으로 재무장하고 우리 인간을 가장 철저하게 사랑하신 그리스도를 닮아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 기본적 소명에 충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이것이 바로 신명기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 제시하시는 길이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또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차지하러 들어가는 땅에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다. (신명 30,15-18)".

                                                                                                                                          (4M1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