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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by 大建 2013. 2. 13.

재의 수요일(마테  6,1-6.16-18)


1. 지난 11월 아버지의 장례 때에 화장장에서 재가 되어버린 유골을 유골함에 모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한 인간의 수십년 인생이 저렇게 허무하게 재가 되어 버리는구나 하면서... 그리고는 부끄럽게도 그뿐이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왔다.

2. 오늘 우리는 이마에 재를 바르며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우리 인간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기억하고 살게끔 해주는 예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실을 기억하며 살지 못한다. 기억력이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대*리"라고 욕을 하는데, 우리 모두가 인간의 머리를 지녔음에도 왜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는 새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3. 인간이 그 창조주이신 하느님께로 정향되어 살지 못할 때, 하느님이 아닌 것, 소위 세속, 즉 재물, 명예 등에 온 에너지를 몰입하여 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영적인 존재로서 하느님과의 영적인 교류 속에서 진정한 삶을 살도록 창조된 존재이다. 인간은 하느님과 별개의 존재, 하느님과 분리되어서 생각되어질 수 없는 존재인 것이기 때문이다.

4. 따라서“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하는 말씀은 항상 하느님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주는 말씀이요, 그래서 하느님이 아닌 것들, 소위 세속, 즉 재물, 명예 등으로부터 눈을 돌려 이제는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한 마디로 회개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말씀이다. 오늘 우리가 재를 받으며 기억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하느님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요,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금 창조 때의 본 모습, 그분 닮은 형상(하느님의 모상, Imago Dei)으로 돌아가야 함을 일깨워주는 예식인 것이다.

5.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자선, 기도, 단식은 모두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듯이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방법이 자선이요, 하느님과 영적인 교류의 끈을 이어가는 것이 기도요, 극기, 즉 자신을 극복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불리웠음을 기억하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것이다.

6. 오늘부터 시작되는 사순시기 동안만이라도 기억하고 살자. 우리는 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그러나 재로 변해 버릴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을 넘어서서 영원한 생명, 그리고 우리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불리움 받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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