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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인쉬알라

by 大建 2013. 3. 7.

사순 제3 주간 목요일(루까 11,14-23)


터키에 가면 어디에서나 ‘나자르 본죽(Nazar boncuk)'이라고 불리는, 푸른 눈 모양을 한 유리를 볼 수 있다. 작년에 어느 드라마에서 황신혜가 귀걸이로 하고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강렬한 눈동자 모양의 이 나자르 본죽은 사람들을 불행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터키식의 부적이다.

나자르 본죽의 ‘나자르’는 ‘이블 아이(evil eye)’,  본죽은 ‘구슬’의 아랍어로 직역하자면 ‘이블 아이 구슬’쯤 된다. 이 ‘이블 아이(evil eye)'가 좀 색다른 개념인데 우리 말로 하자면 ‘악마의 눈’이지만 실제 악마의 눈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악한 시선’, ‘저주스런 시선’을 말한다. 우리 말로는 이를 ‘흉안(凶眼)’이라고 한다.
 
특히 지중해와 이슬람 국가에서는 일종의 토속 신앙으로 사악한 자나 시기하는 자의 시선을 받으면 행운이 불행으로, 또 성공이 실패로 변한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동에서는 아이들을 흉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이가 태어날 때면 신선한 대추야자 열매를 씹어 그 액을 아기의 입에 넣어주는 ‘타흐리크’라는 의식을 행하거나 아이를 일부러 몰골로 만드는 식으로 흉안으로부터 지키려고 했다.

자신의 눈을 보는 사람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메두사의 전설도 이 ‘흉안’과 관련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지금의 마스카라와 같은 화장을 한 이유도 자신의 눈이 흉안으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터 키의 나자르 본죽은 이 흉안이 푸른 기운에 갇힌 형태로 행운을 상징하는 푸른 색의 기운이 ‘흉안’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터키인들은 집이나 가게, 차안 등 곳곳에 두는 것으로도 모자라 장신구로 몸에 지니기도 한다.  이 나자르 본죽을 두어 이 흉안으로부터 피하려는 이유에서다.

간혹 알 수 없는 이유로 장식해 두었거나 소지한 나자르 본죽이 깨질 때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를 흉안의 위협에 맞서 구하려다 깨진 것’이라고.

푸른 기운에 갇힌 흉안을 통해서 나에게 들어오려는 흉안, 즉 사악한 시선을 막는다는 이러한 생각은 오늘 복음과도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이슬람 교도들인 터키인들은 이러한 부적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은 하느님(알라)의 손에 달려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쉬알라"(하느님의 뜻대로)를 입에 달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를 악으로부터 지켜주시는 분도, 우리에게 악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시는 분도 바로 하느님이시고, 모든 것을 서로 작용시켜 좋은 일을 이루시는 분(로마 8,28 참조)도 하느님이시기에 악을 이용하여 악을 쫓아내시는 분도 하느님이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며,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라는 것이 오늘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인 것이다.

우리 또한 형제들인 이스람교도들과 함께 오늘 우리의 삶속에서 "인쉬알라"를 외치며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그리 함으로써 우리에게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를 깊이 체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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