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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by 大建 2013. 3. 20.

사순 제5 주간 수요일(요한 8,31-42)



프란치스코 새 교황님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서 흘러나온다.
조금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그분께서 잘 이끌어 나가시리라고 믿는다.

새 교황님의 특징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시며 검소하게 사시는 분이시라는 점 외에도,
외적인 규정, 관습 등에 얽매이지 않으시는 분처럼 보인다. 즉 자유로우신 분인 것 같다.
비서신부나 수행원들은 여러 가지로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분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또 나름대로 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어쨌거나 새 교황님은 그러한 점에서도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와 닮으셨다.

암울했던 중세에 프란치스코 성인은 "하느님의 어릿광대"로 불릴만큼 기쁨과 자유를 만끽하며 살았다.
하느님이 계시기에 그 어느 것에도 의탁하려 하지 않고, 그 어느 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던
프란치스꼬는 자신의 의지조차 포기 하는 것이 참 자유의 본질임을 간파하고
실제로 그렇게 자유롭게 살다가신 성인이다.

그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다미에따에 가서
십자군에게 전투를 중지하라고 하고.
이슬람교도들에게도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살육의 전쟁을 멈추라고 한 사실은
종교를 초월하는 참 진리이신 하느님에게만 종속되어 살아갔던 프란치스꼬의 자유의 본질을 보여준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다.
유다교의 율법과 교의(Dogma)에 얽매여 아집과 편견, 위선과 교만의 죄를 쌓아가고 있던 유다인들,
특히 그 지도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유다인들은 마치 진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자신들만이 진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들과 어긋나는 예수님을 그대로 둘 수 없었고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소유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 그분의 뜻이 아니라 자신들의 아집일 뿐이었다.
"너희는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37).
우리가 아집에 빠져 있을 때 거기에는 하느님의 진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고, 따라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에 성지 순례를 다녀오면서 새삼스럽게 마음에 새기는 것이 있다. "모든 것이 흘러가는 것이고,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는 것이다. 로마의 신전의 터에 성당을 지었다가, 그것이 허물어지고, 이슬람 사원이 되었다가 그것 마저도 사라지고, 박물관으로 모든 사람, 모든 종교인을 받아들이는 건물이 되는 것을 보았다. 인간들은 자기들의 종교만이 참 진리인 듯, 타인을 무시하고, 타종교인을 박해하고 천년 만년을 버틸 성전을 짓는다고 하지만, 결국 모두 허물어져 버리고 남는 것은 사랑이신 하느님, 모든 것을 포용하시는 하느님, 관용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모습, 그분의 진리 뿐이다.  우리 인간은 (종교를 포함해서)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고, 하느님만이 우리를 존속하게 하시는 것이다.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그분 안에 머무를 때, 평화를 누릴 것이고, 우리는 자유롭게 될 것이다.

진리를 깨우치도록 노력하자. 진리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온갖 소유는 우리를 부자유하게, 종노릇하게 한다.

                                                                                                                                    (39S2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