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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멘붕에서 힐링으로

by 大建 2013. 4. 5.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요한 21,1-14)

젊은이들이 쓰는 말 중에 멘붕이라는 말이 있다. "멘탈리티 붕괴"라는 말을 줄인 것으로 "넋이 나간 상태", 그래서 "멍청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상당수의 국민들이 멘붕 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으로 말미암아 제자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던 것 같다. 희망이 없는 상태였다. 좌절 상태였다. 태산과 같이 믿어왔던 스승이 그렇게 처참하게, 또 허무하게 가셨으니 어쩌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베드로는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나선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에이, 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네!"하는 말인 것이다. 이에 다른 제자들도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였다.  삶의 의미와 의욕을 잃어버린 채 고기"나" 잡겠다는 것이 잘 될 리가 없었다. 비록 그들은 고기잡는 일로 잔뼈가 굵어온 사람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그러한 그들 앞에 예수님이 나타나신다. 멘붕 상태가 되어 허망한 마음으로 고기나 잡는 그들에게 주님은 한 수 가르쳐주시며 고기가 많이 있을 법한 배 오른쪽에 그물을 치라고 하신다. 다시금 삶에 의욕을 지닐 수 있도록 해주시고 정신을 차려 생존,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다"고 한다. 그들을 먹이심으로써 힘을 주시는 것이다. 단순히 육체의 기운 뿐만 아니라 영혼의 생기도 북돋아 주시는 것이다. 상처받은 제자들을 치유(힐링)하고 계시는 것이다.

병주고 약주시는 것인가?
그분 몸소 상처를 받으시고 죽음에까지 이르셨지만 그것은 부활에 이르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예수님에 대한 몰이해와 나약함 때문에 그분을 배반하고, 또 실망에 쌓여 있던 제자들은 이제 예수님으로부터 치유(힐링)받아 상처를 극복하고 일어서서 오히려 담대하게 세상 끝까지 나아간다.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바쳐 그분이 주님이심을 증거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시련,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그분의 부재를 탓하고, 결국에는 모든 것에 실망하여 좌절하게 된다. 우리를 덮어싸는 어둠이 그렇게 깊을수록, 바로 그러한 짙은 어두움을 겪으셨던 분, 예수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당신이 죽음의 골짜기에서 빛을 몰고 오셨듯이, 우리도 희망을 안고 살아가기를 바라시면서 조용히 우리와 함께 식사를, 성찬을 나누기를 원하신다. 그렇게 하여 우리를 치유하시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상처입은 치유자, 부활하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 찬미드리자. 그리고 그분의 상처로 말미암아 우리의 상처가 나았으니, 우리 또한 그분처럼 상처입은 우리 이웃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기로 하자!

                                                                                                           (368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