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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by 大建 2014. 6. 5.

부활 제7 주간 목요일(요한 17,20-26)


머지 않아 6.25가 다가오고 여기 저기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들릴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일은 말뿐, 노래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북한을 상종 못할 나라로 치부하고 있으며, 전쟁의 상흔을 잊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 앞에 전쟁의 잔혹함과 미군과 국군들에 의해 저질러진 적지 않은 만행들을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말은 십중팔구 "빨갱이, 종북"이라는 소리다. 아마도 북한에서도 사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전쟁 중에 있던 일들을 생각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아측의 잘못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서로 증오하고 비난하기를 멈추지 않으니, 통일은 요원한 이야기요, 이 민족이 참으로 어리석은 민족이라는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하고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신다. 아니, 제자들뿐만이 아니라, "제자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즉,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시는 것이다.

그분은 우리의 하나됨을 위하여 당신을 희생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하나됨을 위하여 기도하시는 것이다. 


하나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하느님 안에,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어제 말씀에서 들었듯이 "진리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으로 거룩해지지" 않는다면, 다시 말하면 우리 각자의 죄와 부족함을 인정하고 사랑이신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면, 주님의 저 간절한 기도는 공염불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사순절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돌아가셨다고 아파하는 교회 안에서도 소외와 분열의 말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아무개가 있는 한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아무개와는 같이 소공동체 활동을 같이 할 수 없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또 그 모든 계명과 조문과 함께 율법을 폐지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여 당신 안에서 두 인간을 하나의 새 인간으로 창조하시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멀리 있던 여러분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시고 가까이 있던 이들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에페 2,16-17)


진정 내가 하느님과 화해하지 않고는, 즉 진리이신 하느님 안에서 나의 죄를 뉘우치며 회개하지 않고는, 이웃들과 화해할 수 없으며, 우리가 하나된다는 것은 요원한 이야기이다.

진실을 들춰내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하느님 앞에서는 그 어떤 거짓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 각자가 진리 안에서 거룩하여 질 때, 우리는 이웃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손을 내밀고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의 기도처럼 하나될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을 드러내는 십자가를 피하고, 이웃과 화해하기를 거부할 때 우리의 신앙이라는 것은 바리사이파들의 그것처럼 허례허식이 되어버릴 뿐이다.

                                                                                                                                                              (4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