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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by 大建 2015. 5. 9.

부활 제5 주간 토요일(요한 15,18-21)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고 하신다.

이 말씀을 달리 표현해 본다면 "내가 너희를 성별(聖別)하였다"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성별이라는 말은 바로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축성"(祝聖, consecratio)과 같은 뜻을 지니는 말이다.


그렇다. 주님께서 우리를 뽑아 세우심으로써 우리는 축성된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 세례성사의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주님께서 우리를 축성해주셨다는 것은 참으로 영광된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만큼 우리의 책임도 커지는 것이다.


  

세상과 다르게 살도록 주님께서 우리를 뽑아내셨다면, 우리는 세상의 가치관을 따르지 말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나가며, 진정으로 "거룩하신" 분 -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분이신 하느님을 보다 더 닮아가는 존재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주님께서는 마테 5-7장의 산상수훈에서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5,46-48) 하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보다는 더 나은 존재, 세상 사람들보다는 더 사랑하고, 덜 욕심부리는 사람이 되도록 우리를 부르시고 뽑아주셨다면, 이제 그 뜻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본래 죄로 기우는 경향이 있고, 본디 유약한 존재이기에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러한 삶은 전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해 주고 가신 성령께 온전히 의탁하는 삶을 살 때에만 우리는  완전하신 하느님을 닮아 완덕(完德)을 쌓아가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디, 성령께서 우리 삶 안에 들어오시기를 간절히 청하자. 그리하여 우리 인간을 성화시키는 은총을 주시는 성령의 힘으로 세상을 이겨내고 그리스도의 말씀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하자.

                                                                                                                                                        (59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