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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예수님의 이름으로

by 大建 2015. 5. 16.

부활 제6 주간 토요일(요한 16,23ㄴ-28)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하셨다.
그런데,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한 것을 정말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셨는가? 아니다.
이쯤되면 예수님의 말씀도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라는 말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인격, 성자로서의 위격(位格) 안에서 기도한다는 것이며, 그분과 일치하여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기도한다는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 아들과 일치한 사람, 당신 아들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의 기도(말)를 안 들어주실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삼위일체 안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분의 뜻에 따라 기도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하느님의 뜻에 따라 기도한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러한 이유로 요한복음사가는 그의 편지에서 "우리가 무엇이든지 그분의 뜻에 따라 청하면 그분께서 우리의 청을 들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하고 설명한다(1요한 5,14).


예수님께서는 여러 번 말씀하셨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가르침이다"(요한 7,16),  "나는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요한 6,38). 결국 겟세마니 동산에서는 공포와 번민에 싸여 괴로워 죽을 지경에 이른 마음을 끌어안고 땅에 엎드려 아버지의 뜻을 찾기 위해 기도하시지 않았는가!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르 14,36; 루가 22,42; 마테26,42).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 기도를 바치고 있는가? "우리 집이 부자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또는 어떤 목사가 그랬듯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오니 저 절이 무너지게 해주십시오". 혹시 이런 식의 이기적이고, 아전인수식의 기도, 그래서 기복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기도가 아니었는지...? 혹은 보편적인 선을 위한 지향으로 기도하였다 하더라도 성경, 기도서에 나와 있고 교회에서 하라고 한 기도니까 아무런 생각없이 외우기만 하는 기도를 바치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라고 기도 끝에 말하는 것은 무슨 마술의 주문과 같은 것이 아니다. 만약 내가 구하는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고 또한 그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예수님의 이름으로”라는 말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 오히려 예수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즉, 측은지심(가련히 여기는 마음, 연민의 정)으로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고, 진정 하느님께서 원하시는대로 변화될 수 있도록 원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이것을 일컬어 성경에서는 회개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진정으로 회개하지 않고는 하느님의 뜻을 구하는 삶을 살지도, 그러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아버지에 관하여 드러내 놓고 너희에게 알려 줄 때가 온다. 그날에 너희는 내 이름으로 청할 것이다".  이 구절은 우리가 진정으로 회개하는 때를 일컬으시는 말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