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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

by 大建 2015. 7. 23.

연중 제16 주간 목요일(마테 13,10-17)


나는 신문을 안 본지 꽤 오래 되었다. TV에서는 요즈음은 JTBC 뉴스만 가끔 보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미국 수사극 정도 보는 것이 전부다.

찔찔짜는 것이 주류인 한국의 3류 막장 드라마들은 원래 안 보았고, 신문이나 TV뉴스는 볼수록 울화통 터지는 일 밖에 없기에 아예 가까이 하지 않는다. 아마 나같이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 싶다. 적어도 뉴스는 안 보고 사는... 

사실 안 보고 살면 마음이 편하다. 세상 일에 무관심하게 살면서 내 마음을 끄는 일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살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그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살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원래 인생이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너와 나의 일이 얽히고 설키면서 나는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아야 하고, 듣고 싶지 않은 것도 들어야 하게 된다. 인간은 본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조중동이나 KBS, MBC, 종편 방송 등의 쓰레기 어용 언론으로 보다는 인터넷을 통해서 그런 어용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이 나라의 각종 현안들에 숨어 있는 문제점들, 불의한 세력의 면모, 냄새나는 구석들을 살펴 보고, 또 이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 가난한 이들, 세월호 사건 희생자 가족들 처럼 고통에 가슴을 쥐어뜯는 이들과 그들을 위해 애쓰는 수많은 이들의 외침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한국 사회는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정말 희망이 없는 사회지만, 진실을 파 헤치려는 눈물겨운 노력들이 있고, 그들과 연대하며 희망을 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나는 행복하다. 상처를 많이 전해 주는 사회이지만 그 안에서 정의를 향한 피맺힌 절규가 들릴 때 나는 행복하다. 어용 언론과 사악한 권력집단의 거짓과 왜곡, 은폐에도 불구하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하신 주님의 말씀을 좇아 어둠에 묻힌 세상에 빛을 전하려는 몸부림이 보이기에 나는 행복하다. 

왜냐 하면, 이 모든 것들 안에서 나는 겨자씨와 같이 자라나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행복한가?

편안한 마음으로 살기 위해 세상 일에 아예 신경을 안 쓰고, 고통받는 이웃들의 외침에 무관심하게 사는 당신은 행복한가?

찌라시 같은 조중동 신문들, KBS, MBC, 종편 방송  등에 의해 왜곡되고 감취진 진실을 알려는 노력없이 그저 그것들이 전해주는 것만이 모두 사실이려니 믿으며 세뇌되어 살아가는 당신들은 행복한가?

불의한 권력이 가난한 이, 무력한 이들을 억압하고, 감청 등 불법을 일삼고, 법을 제멋대로 해석해 버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일반화된 사회가 되었음에도 그 모든 일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짐짓 뒷짐을 지고 모른 체 하며 살아가는 당신은 행복한가?


오히혀 그 질끈 감은 눈으로 당신들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못보고 있으니 지극히 불행한 사람들이다. 

당신들은 인정이라고는 없이, 사랑과 자비는 전혀 관계없는 말인 것처럼 살아가며, 이웃과 담을 쌓고 자신의 안위와 탐욕에 얽매여서 어쩔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으니 불행하다. 일상 속에서 이웃과 함께 하고 연대하는 마음 안에 싹터오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놓치고 있으니 불행한 족속들이다. 당신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가기에 자신을 우상화하느라 하느님은 안중에도 없으니 불행한 사람들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제자들)에게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무슨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삶 속에서 감춰져 있고, 마음을 여는 사람에게만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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