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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by 大建 2015. 7. 9.


연중 제14 주간 목요일(마테 10,7-15)


며칠전 영명축일을 지냈다.

본당에 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분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를받았고 몇몇 분들은 여전히 소위 "예물"을 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런 축하를 받을 때 내심 조금 불편하다. 내 살아가는 꼬라지를 보고, 또 "내가 그들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고, 얼마나 된다고 이런 과분한 대접을 받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도 있음을 깨달았다.

신자들이 과분할 정도로, 그렇게 축하를 해주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그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것임을,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기도와 선물을 전해주는 것이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라는 격려를 해주는 것이라면 그런 것들을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함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은 받는다면 그것들은 선물이 아니라, 보수, 급여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혹은 그들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그런 것을 전해 준다면 뇌물이기에, 내가 사목자, 수도자로서 그들에게 한 일들은 사목, 헌신, 봉사로 표현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거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하신다.

제자들이 이웃들에게 온갖 좋은 일을 거저 해 주어야 할 이유로서 "그들이 거저 받았음"을 들고 계심을 주목하자. 그들이 무엇을 거저 받았는가? 바로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의 은총, 제자, 사도로서의 소명이라는 은총, 직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은총 등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어떤 댓가를 바라시고 그러한 것들을 주시지 않으셨다. 그저 호의로서, 무상으로 베푸신 선물인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하느님의 선물, 어떠한 은총에 대해서 나의 수고, 나의 능력의 댓가임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하느님은 항상 우리와 더불어 존재하시는 분이시고, 그렇기에 그저 우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좋으시기에 당신의 선물, 은총을 주실 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내가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우리는 모든 것을 빼앗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소유욕으로 말미암아 다른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내것을 주장하기 보다는 내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원래 내것이 아니요, 하느님으로부터 나에게 주어진 것, 즉 거저 받은 것임을 인정하게 될 때, 나는 그것들을 기꺼이 이웃들에게 전해줄 수가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게(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오늘 주님께서는 제자들, 그리고 우리들에게 소유 양식이 아닌 존재 양식을 택하기를 명하고 계심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것-은총-을 이웃에게 거저 나누어주는 그것이 우리가 사는 길, 우리가 하느님과 더불어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영원히 존재하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