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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엘리야는 이미 왔다

by 大建 2015. 12. 12.

대림 제2 주간 토요일(집회 48,1-4.9-11; 마테 17,10-13)


오늘 제1 독서와 복음에 나오는 엘리야는 구약시대의 대표적인 예언자로서, 이스라엘 안에 자리잡고 있는 다신교(바알) 사상을 몰아내고 유일신 야훼 사상이 자리잡게 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박해도 많이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고, 결국 "불마차"를 타고 승천하였다고 전해지며(2열왕 2,11), 이스라엘 사람들은 메시아가 오기 전에 엘리야가 먼저 와서 백성을 화해시키고 열두 부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는(말라 3,1. 23 참조)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엘리야가 이렇게 평가받은 것은 집회서가 쓰여지던 시기와 같이 훨씬 후대의 일이다. 즉 엘리야는 생시에는 사람들로부터 예언자로 인정도 못 받고 박해를 받으며 쫓겨 다녀야만 했다.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통해서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따라서 엘리야를 예언자로 인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후에 세례자 요한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하느님의 예언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헤로데에 의하여 참수를 당하게 되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그처럼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예수님은 비단 사람들이 요한을 알아보지 못한 것만을 말씀하시지 않고 "사람의 아들", 즉 메시아이신 당신도 결국 사람들의 몰이해, 무지 때문에 수난을 당하시게 될 것임을 예고하신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하느님의 예언자 엘리야나 메시아(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과거에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하는 점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어느 시기에나 하느님께서는 우리 이웃들, 예언자들, 종국적으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말씀을 우리에게 들려 주고 계신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을 닫고 완고한 자세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우리는 하느님과 담을 쌓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될 때 예수님 당시의 바리사이들처럼 위선적인 종교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는 오히려 자신을 정당화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하여 결국은 그 예언자,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그리스도를 박해하고 내 삶의 영역 밖으로 내어쫓게 되는 것이다. 


과연 나는 이웃들과 교회를 통하여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이 내 안에서 살아 숨쉬게 함으로써 열정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혹은 나의 이기심과 탐욕,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말씀과는 관계없이 그저 형식적인 종교 생활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보도록 하자. 

                                                                                                                                                                    (59KN0I)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인류는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