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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준비된 신앙인

by 大建 2016. 12. 20.

대림 제4 주간 화요일(루까 1, 26-38)


지난 대통령 선거 전 TV 토론을 할 때 박근혜는 태블릿을 가지고 나와서 컨닝을 하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사람이 그

장면을 보면서 정말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정직하지 못한 모습이었고 또 그많큼 자신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전의 어느 대통령은 선거구호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해서 한동안 "준비된 OOO"이라는 말이 유행이 된 적이 있다. 실로 그렇게 준비된 대통령,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준비된 일꾼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복음에서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하느님이 당신 구원 은총을 우리에게 전하시고자 굳이 마리아를 택하신 이유, 그리고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일을 끝내 수락한 한 가난한 인간 마리아의 신앙과 용기는 항상 우리에게 좋은 묵상거리를 제공해 준다. 특히 오늘 복음 끝에 나오는 마리아의 내어맡김은 많은 묵상을 하게 준다. 마리아는 큰 두려움이나 망설임없이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여 구원의 역사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한다. 


하느님 뜻과 계획에 대한 마리아의 이 순응과 내어맡김은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앙과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녀린 여인으로서 어떻게 두려움이 전혀 없었겠는가마는,  "말씀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거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겨보는"(루가 2,19) 참된 신앙인으로서의 자세에 익숙해져 있던 마리아는 기꺼이 천사의 알림에 "예"라고 응답할 수 있었으며,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는 진실로 "준비된 성모"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을 온 존재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리아는 모든 신앙인의 가장 훌륭한 모범이 아닐 수 없다.


무릇 신앙인이란 자기 뜻이나 계획이 아닌 하느님의 뜻과 그분 계획이 자신을 도구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느님 뜻이 자기 뜻과 다를 때, 또 하느님 뜻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때 기꺼이 자기 뜻을 접고 모든 것을 하느님 뜻에 내어맡기고 그 뜻에 순응하게 된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 선으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새기며 살도록 하자. 말씀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며 그분의 뜻에 내어맡기는 삶을 살 때, 그분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맡기시든,  우리 또한  두려움이나 주저함없이 받아들이는 "준비된 신앙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