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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하느님의 어린 양

by 大建 2017. 1. 3.

주님 공현 전 화요일(예수의 거룩한 이름 기념; 요한 1,29-34)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여기서 "하느님의 어린 양"은 이스라엘 민족이 빠스카 잔치 때 잡아바치는 희생제물을 뜻한다. 모세의 시대에 자기 조상들이 에집트에서 탈출하였음을 기억하는 표지로 삼는 것이다. 온 에집트에 하느님의 재앙이 내릴 때 문 상인방에 어린 양의 피가 발라져 있는 히브리인들의 집은 그 재앙이 건너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어린 양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되었듯이 예수님의 거룩한 희생으로 온 민족이 구원받게 될 것임을 요한은 예언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예수님은 아무런 죄도 없었지만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십자가에 달리심으로써 백성의 죄를 사해주시고 희생하셨다(구속).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빠스카의 어린 양이 구원, 구속의 표지이듯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십자가가 구원의 표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빠스카의 어린 양이 자신이 구원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먹히고 말듯이, 예수님께서도 또한 당신이 구하신 백성에게 먹힘으로써 완전한 구원을 이루시기를 원하셨기에 빵의 형상 안에서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매일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 성체성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미사 때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는 말, 바로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한 말을 사제의 입을 통하여 듣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습관적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우리는 별다른 감흥도 없이 입으로만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하고 외치고 역시 별 다른 감흥없이 성체를 받아모신다. 이 얼마나 큰 불경인가! 얼마나 큰 상처를 희생당하신 그분께 또 다시 드리는 것인가!


우리를 위하여 희생하신 분이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빵의 모습으로 매일 반복적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신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말하였듯이, 우리도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뵈올 때마다 마음 속으로 큰 감사를 드리며 말씀드리자. "그렇습니다, 당신은 세상의 죄, 나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십니다.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하고 말씀드리자. 그리고 구원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나 역시 이웃을 위하여 희생하는 삶을 살기로, 이웃에게 "어린 양"이 되어 다가가기로 다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