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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by 大建 2017. 1. 6.

주님 공현 전 금요일(마르 1,7-11) 


가장 약하고 가난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시는 것도 부족해서 죄없으신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의 죄를 없애시기 위하여 몸소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님 세례에 대한 신학적 해설이다.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신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의 이야기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하자.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예수가 아닌 단순한 한 인간 예수로서의 모습을 들여다 보기로 하자.


요셉과 마리아의 사랑 지극한 보살핌 아래 예수는 그야말로 영육간에 건강하게 잘 자라났다. 

특히 신심이 두터운 양친으로부터 하느님 공경하는 법과 그분께 삶을 봉헌하는 법을 배운 예수는 몸소 신앙을 실천하는 무척 영적인 청년으로 자라나게 되었을 것이다.


때가 되었을 때, 성령에 이끌리어 스스로 세례자 요한에게로 나아가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예식인 세례를 받게 된다.

세례 안에서 자신의 신원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명오가 열리어 

자신을 이 세상에 보내신 아버지 하느님과의 관계를 깨닫게 되고 

그 울림이 예수의 마음 안에서부터 세상에까지 퍼져 나온 것이 

바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하는 말씀이었던 것이다.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존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 것인가!

이렇게 세례 안에서 큰 기쁨을 체험한 예수는 결국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기도 안에서 답을 찾고자 광야로 나가서 40일 동안 유혹을 물리치고 재계하는 "피정"의 기간을 지내고, 공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즉 자신이 체험하고 간직한 기쁨, "기쁜 소식(福音)"을 전하는 삶을 살게 된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지만, 복음서들 안에서 보면 예수의 삶은 그러한 기쁨 충만한 삶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5,11), "제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속으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3)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루가 10,21) 등)


우리는 마음 속 깊이 들려오는 하느님의 부드럽고도 고요한 음성,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다." 하는 말씀을 들어 보았는가? 성령에 이끌려서 말씀을 새기고 실천하며 살 때 가슴 충만하게 전해지는 사랑의 전율을 느껴 보았는가?  그 따뜻한 사랑의 말씀을 느껴 본 사람만이 모든 것을 바쳐, 아니 프란치스코 성인의 표현에 의하면 "되돌려 드리는" 마음으로, 기쁨에 넘쳐 그 사랑에 보답하는 삶, 자신에게 전해진 "기쁜 소식"을 이웃에게 전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자녀로 태어났음을, 하느님의 사랑받기 위해 불리움 받았음을 새롭게 깨닫고 기쁨에 충만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

                                                                                                                                                 (78T)